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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가능성’ 붉은 고기…어떻게 먹어야 안전할까

‘발암 가능성’ 붉은 고기…어떻게 먹어야 안전할까

입력 2015-10-27 17:20
업데이트 2015-10-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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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양배추 등 십자화과 채소 곁들이면 발암위험 낮아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이들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건 붉은 고기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이다. IARC는 붉은 고기의 섭취를 발암 위험물질 2A군으로 분류하면서 대장암은 물론 췌장과 전립선에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붉은 고기류에는 소·돼지·양·말·염소 고기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건강을 염려하는 미식가들은 당장 고기를 먹어야 할지, 먹는다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은 ‘가능성’ 수준의 발표이긴 하지만, 장기적인 식생활 습관 측면에서는 육류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영준 서울대약대 교수(대한암예방학회 회장)는 “고기를 태우면 조리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기고 이게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그동안의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IARC마저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붉은 고기의 요리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낮은 온도에서 덜 익힌 고기’를 먹고, 십자화과 채소를 곁들이는 게 대장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미국 환경보호국(EPA) 환경발암부 데이비드 M.디마리니(David M. DeMarini)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눈여겨 볼만하다.

십자화과 채소는 배추와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을 일컫는다.

27일 디마리니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고온에서 바싹 익힌 고기를 먹은 사람의 대장 내 DNA 손상은 낮은 온도에서 덜 익힌 고기를 먹은 사람에 비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마리니 박사팀은 대장암과 구운 고기의 상관성을 보기 위해 16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실험을 했다. 이 연구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이었다.

첫 번째 그룹은 8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낮은 온도(rare, medium, medium well-done)와 고온(well-done)에서 요리한 육류를 각기 먹도록 하고 십자화과가 아닌 채소를 포함하고 있는 음식들을 함께 섭취토록 했다.

두 번째 그룹에서는 나머지 8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온도에서 요리한 고기(well-done)와 세 가지 항돌연변이 성질을 보유하고 있는 십자화과의 채소, 요거트, 클로로필린 등을 포함한 음식들을 함께 섭취토록 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매주 각 지원자의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고, 직장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고온에서 요리한 고기는 돌연변이성이 매우 강했으며, 암을 촉진하는 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heterocyclic amines) 수준도 매우 높았다. 반면 저온에서 요리된 고기는 낮은 돌연변이성을 갖고 있었으며, HCAs의 수준도 낮았다.

또 저온에서 거의 타지 않은 고기를 섭취한 그룹에 비해 고온에서 탄 음식을 섭취한 그룹의 대장상피세포 내 DNA 돌연변이가 더 심했다. 하지만, 고온에서 요리한 고기만을 섭취했더라도 십자화과 채소와 요거트, 클로로필린 등과 함께 섭취한 그룹은 대장상피세포의 DNA 돌연변이율이 낮아졌다.

반면 십자화과 이외의 채소는 돌연변이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변검사를 통한 ‘돌연변이유발원’(Urine mutagenicity) 평가에서도 고온에서 바싹 익힌 고기를 섭취한 그룹의 돌연변이유발원이 낮은 온도에서 덜 익힌 고기를 섭취한 그룹에 비해 1.9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돌연변이를 막아주는 십자화과 채소를 함께 섭취한 그룹은 소변 내 돌연변이 유발원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디마리니 박사는 설명했다.

디마리니 박사는 수년 전 한국 방문 당시 인터뷰에서 “바싹 태우지 않은 고기와 함께 십자화과 채소를 먹는다면 대장암과 관련 있는 유전자 차원의 독성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준 교수는 “고기를 먹을 때 상추 등을 곁들여 먹으면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해독화효소’가 많이 생기는 만큼 야채를 듬뿍 곁들여 먹는 우리의 전통적인 고기섭취 습관을 유지하면 암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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