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뉴스 분석] 中·헤지펀드 환율전쟁 한국에 불똥 튀나

[뉴스 분석] 中·헤지펀드 환율전쟁 한국에 불똥 튀나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02-03 22:48
업데이트 2016-02-04 00: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원·달러 환율 1219원… 5년 8개월만에 최고치

1990년대 엔화 주변국 공격당해 엔·달러 환율 140엔대 폭등 전력

中 은행 동원 위안화 공매도 차단…외환보유 1년 새 5000억弗 급감

한국 금융시장 中 동조화 심해져 日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영향

헤지펀드와 중국 정부가 맞붙으면서 환율 전쟁의 전운이 커지고 있다. 일본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환율 전쟁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조지 소로스가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키며 악명을 떨쳤지만 헤지펀드가 ‘G2’(주요 2개국)인 중국과 정면충돌해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질 수 있는 한국 등 주변국이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원이나 급등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1.9원 오른 1219.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10년 6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 급락 속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외환시장 변동성 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헤지펀드와 중국의 일전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 세계 헤지펀드 규모는 2조 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경희대 차이나 MBA 교수)은 소로스와 그에 동조하는 투기세력의 가용 자원을 최대 500억 달러로 분석했다. 전 소장은 “이들이 외환보유액 3조 달러를 훌쩍 넘는 중국을 공격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중국은 최근 국유은행을 동원홰 달러를 풀고 위안화를 대거 사들이는 등 투기세력의 위안화 공매도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은 주변국으로 불똥이 튈 우려 때문이다. 1995년 일본 엔화 약세를 노린 소로스는 생각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자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을 공격했다. 소로스가 1997년 5월 세계 헤지펀드 총회에서 “태국 바트화 가치가 30% 고평가됐다”고 말한 지 2개월 뒤 바트화 가치는 하루 새 무려 25%나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도 달러당 140엔대로 치솟았다.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헤지펀드가 정말 중국을 공격하려는 건지 아니면 간 보기에 그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만약 이번에도 주변국을 공격해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면 경기가 좋지 않은 중국이 계속 환율 안정화를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월 3조 8430억 달러였던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3조 3304억 달러로 1년 새 5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 달러가 무너지면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 최근 급격히 중국에 동조화된 국내 금융시장도 파문이 불가피하다.

헤지펀드의 공격이 본격적인 ‘환율 전쟁’으로 번지면 중국이 극약 처방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먼저 금리를 크게 올려 투기세력에 타격을 입히는 방법이 거론된다. 헤지펀드가 1998년 홍콩 달러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자 홍콩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홍콩 달러를 회수하면서 은행 간 금리를 한 번에 28%나 올려 가치 하락을 막았다. 외국인의 외환거래 자체를 통제하는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 실제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을 거부한 말레이시아는 외환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이 말레이시아처럼 극단적인 통제를 하지는 않더라도 외국인의 해외 송금 자금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6-02-04 22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