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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초신성·빅뱅의 비밀 풀어질 전망

블랙홀·초신성·빅뱅의 비밀 풀어질 전망

입력 2016-02-12 07:14
업데이트 2016-02-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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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이론의 마지막 과제, 마침내 실체 입증

우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 생겨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이 12일(현지시간 11일) 중력파 직접 탐지에 성공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천체물리학과 우주론 등에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력파를 연구해온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의 의미를 크게 두 갈래로 부여했다. 하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1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는 점이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맥스웰이 예측한 전자기파를 15년 만에 헤르츠가 실험실에서 검출했듯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검측했다”고 말했다.

중력파는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론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마지막 과제였다.

아인슈타인의 주장 가운데 지구 표면 등 중력이 강한 곳으로 올수록 시간의 흐름이 더뎌진다거나,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는 것,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 등은 모두 입증됐지만 그동안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1993년 미국의 러셀 헐스와 조제프 테일러가 중력파의 증거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최초로 중력파 직접 검출에 성공했다.

이번 발견의 다른 의미는 중력파 천문학 시대의 개막이다. 요컨대 그동안은 가시광선을 포함한 전자기파를 주로 이용해 우주를 관측해왔지만 앞으로는 중력파를 이용해 각종 우주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앞으로 중력파를 이용해 더 풍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중력파 천문학이 새롭게 문을 열게 됐다”며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주를 관측하는 도구는 대부분 전자기파를 활용한 것이었다.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천체를 관측한 것은 주로 가시광선이었고 최근에는 적외선, 자외선, 전파, 엑스선, 감마선 등으로 확대됐다”며 “중성미자도 관측돼서 우주를 보는 방법이 다양하게 늘어났지만 문제는 전자기파의 경우 전자 등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이 있으면 이를 뚫고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자기파 관측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천체 현상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 ‘블랙홀 쌍성’이 대표적인 예다. 블랙홀 쌍성은 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천체인데, 블랙홀은 빛마저 흡수하기 때문에 전자기파 관측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블랙홀 쌍성은 강력한 중력파를 내보내는데 이번에 이를 포착함으로써 그 실체를 확인했다.

이형목 교수는 “블랙홀이 다른 별과 같이 도는 것은 전자기파 관측을 통해 확인했지만 블랙홀 쌍성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력파는 또 초신성 폭발의 메커니즘 규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초신성 폭발은 몇 차례 관측됐지만 그 메커니즘은 베일에 싸여 있다. 초신성 내부에서 방출된 전자기파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과정에서 애초의 정보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초신성 폭발 때 발생하는 중력파는 상호작용이 약하기 때문에 폭발 당시의 정보를 고스란히 지구까지 전달해줄 수 있다.

이창환 교수는 “초신성 폭발 때 중심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블랙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지 등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우주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빅뱅(대폭발)의 비밀도 풀 수 있다. 빅뱅 때 발생한 전자기파는 그동안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으로 많은 정보가 사라졌지만 상대적으로 상호작용이 약한 중력파를 관측하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궁원 연구원은 “137억 년 전 빅뱅 때 발생한 중력파가 우주 전체를 떠돌고 있는데 이를 통해 빅뱅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중력파 검출 기술의 고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첫 걸음은 이번에 뗀 셈이다.

과학계에는 벌써부터 이번 연구에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그만큼 획기적인 발견이기 때문이다.

한 과학계 인사는 “이번 발견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가 당장 올해는 아니더라도 검증 과정을 거치면 머지않아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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