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끊이지않는 주택 공급과잉 논란…전문가 의견도 팽팽

끊이지않는 주택 공급과잉 논란…전문가 의견도 팽팽

입력 2016-02-18 10:54
업데이트 2016-02-18 10: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경제전문가 “공급과잉” vs 부동산 전문가 “아니다” 맞서은행권·주택보증공사는 이미 조절 나서…“과도한 규제는 말아야”

이달 초 사단법인 국가미래연구원의 홈페이지에는 주택공급과잉을 놓고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과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현직 경제학자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이 나란히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含意)’라는 보고서에 대해 현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을 지낸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주택시장에 우려할 만한 과잉공급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로 반박하는 형식이다.

송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지난해 주택 분양물량은 장기주택종합계획에서 추정한 주택 수요를 큰 폭으로 초과하는 만큼 “준공후 미분양 물량 증가의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서승환 전 장관은 지난해 인허가는 늘어도 준공 물량은 늘지 않은만큼 우려할 만한 초과공급은 없다고 맞섰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현실화될까.

부동산 시장에 주택 공급과잉 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주택 200만호 1기 신도시 건설 때보다 많은 76만5천여가구로 사상 최대치에 달하고 분양승인 실적도 52만5천가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내로라하는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 공급과잉이다 : “작년 인허가 물량 추정 수요 초과해”

주택 공급과잉 문제를 놓고 금융기관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의 흐름을 공급과잉 단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의 주택시장을 공급과잉으로 규정하고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와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연구위원이 주택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보는 근거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물량이 49만가구(추정)로 제2차 장기 주택종합계획(2013∼2022)을 바탕으로 추정한 연평균 공급계획 물량 27만가구를 크게 초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증가하는 가구 수와 주택멸실 수를 고려한 한국 경제의 기초적 주택 수요(35만호)와도 40만호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은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올해 급증한 분양물량이 앞으로 준공후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와 같이 양호한 주택수요가 유지된다 해도 준공후 미분양이 2018년 2만1천호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주택시장을 공급과잉 상태로 봤다.

이 수석연구원은 “작년 공급물량이 자연적으로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징후들이 최근 가격(하락)이나 미분양 물량(증가) 등 지표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정부가 택지공급을 축소한 것은 주택 수요 감소 추이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러한 수요 지표가 늘었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매매 전환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세의 감소 속도나 올해 상반기까지는 분양물량이 많은 점 등으로 볼 때 2017년 말부터 1∼2년간은 공급과잉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 업계에서도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과잉 논란은 시장에서 수용이 가능하냐의 문제인데 지난해 아파트 53만가구가 분양되고, 올해 또 33만가구가 분양 대기중인 상황”이라며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미분양이 단기간에 급증했고 지난해 다세대·연립 등 인허가가 늘어난 점 등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공급과잉 아니다 : “인허가 아닌 준공물량으로 봐야”

반면 건설·부동산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급과잉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서승환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국가미래연구원에 올린 반박글에서 “정책이나 경기 등에 이례적 변화가 없다면 2017년에도 주택시장을 교란할 초과공급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 전 장관이 공급과잉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인허가가 아닌 ‘준공 물량’이다.

그는 “주택공급은 인허가 물량이 아닌 준공물량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난해 준공물량 추정치는 43만가구로 멸실주택수(8만가구)에 자가주택 증가분(35만9천252가구)을 더한 값인 43만9천252가구보다 9천가구 적다”고 말했다.

또 “작년 인허가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준공물량은 2014년의 41만2천345가구보다 별로 늘지 않았다”며 “작년 주택시장에는 오히려 약한 정도의 초과수요가 존재했다고 볼 수 있고 올해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보다 상당히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토연구원,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소 등 정부 관련 건설·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도 공급과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지난해 같은 경우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데다 금리 인상이 예견되면서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이 쉬울 때 그간 밀려왔던 물량을 빨리 공급하자는 행태를 보였다”며 “(금리인상 신호가 없는) 올해와 내년에는 빠르게 공급을 줄일 수 있고 주택공급량이 조기에 장기평균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채미옥 원장도 “연평균 수요에 비해 2017년도에 5만가구 정도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물량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건설사들이 작년에 분양을 서두르면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몰려 요즘 들어 ‘사레’가 든 정도이지 ‘소화불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택업계 역시 공급과잉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주택 공급과잉의 허와 실’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2008년 이후 공급 누적물량,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발생 수준 등을 분석한 결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희순 책임연구원은 “작년 공급물량은 과거 공급부족분을 고려할 때 시장수용이 가능한 수준이고 2017∼2018년 입주물량 증가분도 과거 공급 부족분 이내”라며 “높은 전세가율에 의한 매매전환 등으로 일정 주택수요가 유지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당국은 사실상 공급 조절 나서…“선제대응 필요하나 과잉 규제는 안돼”

이처럼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공기업들은 공급과잉 우려에 ‘선제대응’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직간접적인 공급 규제에 착수했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리스크 관리에 착수해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을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분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나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낮은 곳 등은 대출 지원을 거부하면서 중도금 납부 시기가 임박한 업체들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급증하고 있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착수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중도금 대출을 간접적으로 옥죄고 있다.

국토부 산하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달부터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분양보증 심사를 기존 지사 차원의 심사에 본사의 중복 심사를 거치도록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건설사가 사업 초기의 토지대금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도 사업성 등을 따진 뒤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공급과잉 우려에 ‘선제대응’ 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센터장은 “올해 분양물량을 고려하면 현재 6만여가구 수준인 미분양이 적게는 8만가구, 많게는 9만∼10만가구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건설사와 청약자들도 보수적으로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난해 공급 물량은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되지만 올해까지 풀어두면 실제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지난해 인허가 물량도 아직 시장에 분양물량을 풀리지 않은 상태라 어느 정도 선제적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건설사가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