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수사’로 신동빈 ‘新롯데’ 구상 급물살타나

‘신영자 수사’로 신동빈 ‘新롯데’ 구상 급물살타나

입력 2016-06-09 07:22
업데이트 2016-06-0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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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시절 부정적 이미지 일소 기회 될 수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한 신동빈 회장의 ‘신(新) 롯데’ 구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각종 이권 개입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 임직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창업주 시절 형성된 롯데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소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신영자 이사장의 비리 의혹은 그동안 대중들이 롯데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오너 일가의 이권 개입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이라는 롯데의 부정적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기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롯데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는 입점업체 선정이나 매장 배치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갑질 및 뒷돈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또 두번의 결혼과 한번의 사실혼 관계를 통해 ‘챙겨야 할’ 친인척이 많았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인생 역정 탓에 백화점이나 영화관의 알짜 이권사업을 가까운 친인척에게 몰아주는 부적절한 거래도 비일비재했다.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던 시네마통상과 유원실업이 대표적 사례다.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였던 시네마통상은 롯데시네마의 지방체인망 매점 운영권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미스 롯데 출신의 서미경씨가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의 서울·수도권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었다.

각종 음료와 팝콘 등을 파는 영화관 체인의 매점사업은 극장의 알짜 수익원으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2013년 재벌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따라 매점 사업권을 빼앗긴 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중 유원실업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내 알짜 식당과 카페 등도 운영하면서 버텨왔으나 최근 롯데백화점이 본점의 면세점 매장을 확장하면서 사실상 매장 자리를 빼앗겼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부친과 달리 친인척의 회사 이권개입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시네마통상 사업권을 빼앗긴 경험이 있는 신 이사장의 경우 자신을 애틋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와 달리, 이복동생인 신 회장이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단 롯데그룹은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개인적 문제’로 평가절하하려는 모양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리 의혹이 사실인지는 수사가 진행돼봐야 알겠지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신 이사장 개인의 문제이지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어떤 식으로든 신 이사장이 롯데와 연계된 직책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될 경우 과거 롯데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신 회장에게는 오히려 호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실상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그룹의 면모를 일신해가고 있지만 신 이사장 등 과거 부친이 챙겨줬던 친인척들을 완전히 정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가 신 회장에겐 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조만간 신 총괄회장에 대한 후견인 지정 문제가 마무리되고 신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연말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통해 창업주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자신이 구상하는 ‘신 롯데’의 윤곽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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