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의혹 사실 확인 땐 중징계 불가피… 영업정지 뒤 폐업 ‘제2의 산동’ 우려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빅4 체제’도 흔들릴 조짐이 보입니다. 분식회계 공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안진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회계업계에선 안진이 ‘제2의 산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2000년 업계 3위였던 산동회계법인은 대우그룹 회계 사기를 묵인해 1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폐업했습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조 단위 돈이 달라지는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면 이사급 개인의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법인 차원의 공모 혐의가 밝혀지면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진 측은 “법인 차원의 묵인이나 공모는 결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진 내부에선 인력 이탈 현상도 심각합니다. 지난 6월 구조조정팀 임원을 포함해 20여명이 한꺼번에 경쟁사인 EY한영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들은 주로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업무를 맡아 왔는데, 대우조선 문제로 일감이 떨어지자 업무연속성을 이유로 이직했습니다. 안진도 당분간 산업은행 등에서 조선업 관련 용역을 수주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체 이직’을 허락했지요.
회계업계는 삼일, 안진, 삼정, 한영으로 이뤄진 ‘빅4’ 법인 체제의 재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선 딜로이트가 안진과 제휴를 끊을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산동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했을 때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던 KPMG가 삼정회계법인으로 이동했습니다. 안진이 빠진 빅3 체제가 등장하거나 딜로이트가 또 다른 법인과 제휴를 맺어 빅4 간 순위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진 측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감리가 아직 진행 중이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면서 “딜로이트 글로벌과의 파트너십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안진은 멤버펌으로서 글로벌과 더욱 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습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6-11-08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