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시장은 먼저 알았다

작년 7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시장은 먼저 알았다

입력 2016-11-16 10:03
업데이트 2016-11-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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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10일 재계의 이목은 서울지역 대형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심사를 하던 관세청으로 쏠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에는 당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참가해 사활을 건 각축전을 벌였다.

그날 오후 5시 베일을 벗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애초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였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그날 오전 9시 40분께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오전 10시 34분 전날 대비 30% 오르면서 상한가(7만8천원)를 찍었다.

이후 잠깐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2시 10분부터 다시 상한가에 안착해 그대로 마감 시세를 형성했다.

평소 1만∼3만여 주 수준이던 이 종목 거래량은 그날 87만5천여 주로 폭증했다.

이후에도 이 종목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 그달 17일에는 장중 22만500원을 터치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발표 전인 7월 10일 시초가(6만4천원)와 비교하면 1주일 만에 3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의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예상한 애널리스트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선정 결과가 나오기 전 펼쳐진 이 같은 시세분출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그날 사업권을 함께 따낸 호텔신라 주가도 장 내내 강세를 유지하다가 전날보다 8.94% 상승한 12만8천원으로 마감했다.

반면에 고배를 마신 신세계는 8.97% 폭락했고, SK네트웍스도 7.71% 하락 마감했다.

장 마감은 오후 3시인데, 그로부터 2시간 후 발표될 사업자 선정 결과가 해당 기업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던 셈이다.

선정 결과가 다소 예상 밖이었던 데다가 결과가 발표되기 한참 전부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서 미공개 정보유출 가능성과 사전 내락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당국이 관세청 직원 여러 명이 해당 정보를 미리 파악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의 주식을 매입해 시세 차익을 남긴 사실을 밝혀내고 검찰에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관세청은 발표 당일부터 제기된 사업자 선정 결과와 관련한 사전 정보유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그날 오전 9시 30분까지 프레젠테이션과 심사가 진행됐고 10시 이후에는 평가와 점수 집계가 시작됐다.

심사 결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은 주식시장이 마감한 오후 3시께다.

이는 당시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관세청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지금으로선 관세청의 해명이 설득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주가 흐름을 보면 참여 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이 막 끝났을 때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뛰기 시작했고, 점수 집계가 한창일 때 이 종목은 이미 상한가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특허권 신청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 등 선정 심사 절차는 요식행위였고, 한화그룹이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을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의혹에 무게가 한층 실리고 있다.

더욱이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끌어들이는 활동을 은밀하게 하던 최 씨가 ‘황금 티켓’으로 불린 면세점 사업권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의혹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1년 넘도록 처리를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관세청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알게 됐고 이를 외부의 다른 사람에게도 유출했는지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사전 내락 의혹은 사실인지 등이 검찰 조사를 통해 명확히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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