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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라도… 설 연휴, 나를 위해 지갑 열었다

불황이라도… 설 연휴, 나를 위해 지갑 열었다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7-02-03 22:44
업데이트 2017-02-0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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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세트 판매 작년보다 10% 줄어… 백화점·홈쇼핑 전체 매출은 증가세

해외여행·영화관 등 소비는 늘어
“청탁금지법 영향… 허례허식 줄고 현재에 만족하려 나에게 쓸 돈 늘려”

직장인 윤모(29)씨는 설 당일인 지난달 28일부터 3박 4일 동안 친구와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예년 설은 가족과 함께 보냈지만 올해는 친척과의 상봉을 포기하고 해외여행을 택했다. “평소에 휴가 내기도 눈치 보이고, 월급도 빠듯하잖아요. 설 상여금이 나왔을 때 다녀오는 거죠.”
직장인 김모(29)씨도 친척과 지인들에게 하던 명절 선물을 생략하고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27일 미용실에서 20만원 상당의 모발관리를 받았다. “업무로 심신이 지친 내게 수고했다고 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상여금을 받아 부모님과 할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나머지는 제게 썼죠. 적어도 연휴만큼은 나를 위해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 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데다가 불황까지 겹치면서 선물세트 판매량이 급감했다. 반면 백화점 매출, 해외여행, 영화관 등 설 연휴 소비는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명절 연휴 소비 행태의 중심이 가족·지인에서 ‘나’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불황이 지속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설명도 있었다.

3일 현대백화점은 2016년 12월 26일~1월 27일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판매 기간(32일)에 비해 10.1%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3.8% 줄었고, 롯데백화점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이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신세계의 경우 연휴에 문을 연 지난달 30~31일 매출이 지난해 설(2월 9~10일)과 비교해 20.2% 급증했다. 현대도 3.5% 늘었고, 롯데는 2.7% 감소했다. CJ홈쇼핑, GS샵, 현대홈쇼핑도 각각 30%, 13.2%, 11.5%씩 증가했다.

한 백화점 직원은 “지난해 설은 2월 8일이었기 때문에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매출과 겹쳤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며 “경기 불황이어도 설 연휴에 백화점에 나와 쇼핑 및 식사를 즐기는 고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도 하루 평균 8만 2703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8만 12명) 대비 3.4%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설 연휴는 지난해에 비해 하루 짧아 연휴 기간만 보면 매출이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연휴 전후를 포함하면 여행 수요는 전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인 지난달 27~30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도 하루 평균 145만 8071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134만 7862명)에 비해 8.2% 증가했다.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이 발효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과도하게 선물을 주고받는 허례허식이 줄어들고 자유롭게 소비하는 행태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불안하지만 현재 삶에 만족하기 위해 소비하는 심리는 저성장 소비절벽 시대에도 여전하다”며 “소득이 늘지 않아도 쇼핑이나 문화생활 등 나를 위해 쓰는 돈은 늘리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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