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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빈민될까 두렵다’…韓소비부진, 장기불황의 日보다 심각

‘퇴직후 빈민될까 두렵다’…韓소비부진, 장기불황의 日보다 심각

입력 2017-03-01 10:04
업데이트 2017-03-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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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구 평균소비성향, ‘잃어버린 20년’의 日보다 낮은 상태…한국 50대 소비성향은 일본보다 4%포인트 낮아

한국인의 씀씀이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 불황 당시보다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고령화, 고용불안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위축은 짧은 시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소비의 추락은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소득을 악화시켜 소비를 더욱 억누르는 장기불황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최근에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한국 소비성향, 일본 장기불황 때보다 더 낮아

1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진 71.1%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의 평균 소비성향이 최악이었던 1998년(71.2%) 당시보다 더 낮은 수치이다.

평균소비성향은 가구소득 중 세금, 연금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어느 정도를 소비에 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해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일본보다 낮아졌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소비성향은 71.5%, 일본은 7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4분기 69.7%로, 처음으로 60%대로 내려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자산가격 하락이 마무리되고 경제 성장률이 회복되면서 소비성향이 높아졌지만, 한국은 미래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소비성향은 고령층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50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한국의 소비성향이 일본보다 높지만, 50세 이상에서는 노후 대비를 위해 소비를 더 심하게 줄이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50대 소비성향은 67.8%로 일본 50대(72.0%)보다 4%포인트(P) 이상 낮다.

60대 이상의 소비성향을 비교하면 한국이 69.7%, 일본이 88.6%로 차이가 더 크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소비성향은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일본식 장기불황 빠지나…“소비 위축 당분간 지속”

이처럼 소비 부진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 정체, 또는 감소도 일본과 ‘닮은 꼴’이다.

국내 백화점 매출은 2012년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약 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2015년 소비가 크게 위축된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들어 주요 백화점들의 1월 매출은 설 효과 등으로 소폭 증가해 소비 회복 기대를 불렀다. 하지만 뚜렷한 ‘특수’가 없었던 지난달에는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백화점의 경우도 전체 매출이 1997년 9조2천억 엔에서 무려 16년 동안 내리 하락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34%나 줄어든 6조1천억 엔까지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2000년 소고 백화점이 도산하고, 일본 최대 백화점 미쓰코시이세탄그룹도 2008년 영업 부진에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 지점 등을 폐쇄하는 등 불황으로 고전했다.

얼어붙은 국내 소비심리는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소득이 감소하고 고령화도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0.5% 줄었다. 월평균 소비지출이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 뒷걸음질 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소득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면 또다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처분소득 자체가 줄었고 고용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침체에서 빠져나오려면 총체적 노력을 통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꿔줘야 하는데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그런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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