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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제개편부터 소득·법인세 증세…보편적 증세 신호탄될까

첫 세제개편부터 소득·법인세 증세…보편적 증세 신호탄될까

입력 2017-08-02 15:02
업데이트 2017-08-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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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세 기조 탈피하고 증세로 ‘유턴’대기업 투자 의욕 꺾일까 우려도…“세수 효과 제한적” 지적도 나와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세법 개정안에서 소득세, 법인세율 인상을 단행했다.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을 점차 인하해가던 추세를 반전시킨 데다 부가가치세와 함께 3대 세목으로 꼽히는 세금 중 2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세제 운용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자증세는 조세 정의 바로 세우기, 소득 주도 성장론을 강조하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맥이 닿아 있다.

정부 입장에선 소수 부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터라 조세 저항이 적어 부담이 적은 수단이기도 하다.

반면 일부는 고소득층, 대기업의 경제 활동 의욕을 꺾을 수가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일부는 증세 대상이 작아서 세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첫 세제 개편안에서 부자증세를 통해 보편적 증세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소득세 6년만, 법인세 28년 만에 최고세율 인상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에서 소득세 과세표준 5억 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3억∼5억 원에 적용되던 세율을 38%에서 40%로 각각 2%포인트(p)씩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인세는 과표 2천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기존 최고세율(22%)보다 3%p 높은 25%로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것은 2012년(35%→38%) 이후 처음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것은 무려 28년 전인 1990년(30%→34%)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소득세, 법인세 2개 세목의 최고세율을 동시에 건드린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 정책은 앞선 정부와 견줄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글로벌 흐름, 투자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강화하며 세계 각국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경쟁적으로 감세 정책을 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소득세율 인하도 추진하다가 국회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 정부가 그간 감세 기조를 뒤엎은 것은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 정부는 이전 정부가 세금을 낮춰 경제 활동을 장려하는 수단으로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경제 효과가 별로 없고 소득 재분배만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소득 재분배를 완화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면 결국 부담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소득세·법인세율 인상 영향권에 드는 납세자도 상위 소수에 그친다.

기재부에 따르면 근로소득세에서 2만 명(상위 0.1%), 종합소득세 4만4천 명(상위 0.8%), 양도소득세 2만9천 명(상위 2.7%) 등 총 9만3천 명이 소득세 최고세율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는 129개 기업만이 대상이 된다. 전체 법인(약 59만 개) 중 상위 0.02%만 해당하는 셈이다.

부자증세는 각종 사회 안전망 강화, 저성장 고착화 대응 등을 위해 5년간 필요한 재원 178조 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최고세율 인상으로 소득세 수는 연간 2조1천938억 원, 법인세는 2조5천599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 세수 효과 제한적…증세 ‘찻잔 속 태풍’에서 ‘지각 변동’될 수도

문제는 부자증세 성격상 세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상위 소수를 타깃으로 삼아 세금을 더 거두기 때문에 대상이 아무리 고소득,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늘어나는 세금은 한계가 있다.

대기업, 고소득자 증세로 5년간 더 거둬들이는 세수는 24조원이다.

현 정부가 정책 과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5년간 178조 원)의 13.5% 수준이다.

세수 효과가 실제론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세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줄이고 고소득 가계나 대기업의 경제·투자 의욕이 꺾이며 세금의 대상이 되는 소득 자체가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어서다.

법인세 인상의 경우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했지만 결국 협력관계에 놓인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 증세는 결국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돼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소득이 줄어 결국 이들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감소할 수 있다”며 “총 법인세수의 증가는 기대한 만큼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부자를 대상으로 증세에 시동을 걸었지만, 재원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보편적 증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초고소득자, 초대기업을 대상으로만 정부가 증세를 거론한 것은 내년 6월에 있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조세 저항이 작고 표심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은 분야만 택해 증세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제시하는 복지 정책 수준을 볼 때 ‘중부담-중복지’로 가는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 증세 여파가 ‘찻잔 속 태풍’정도지만 앞으론 ‘지각 변동’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수 측면의 재원 조달엔 문제가 없다며 보편적 증세엔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 세수 자연증가분을 고려하면 세수 측면에서 감당할 부분은 큰 걱정 없다. 오히려 세출이 걱정이다”며 “강도 높은 양적·질적 지출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재원 조달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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