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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부동산 대책에 “투기수요 아닌데 규제” 불만 속출

8·2부동산 대책에 “투기수요 아닌데 규제” 불만 속출

입력 2017-08-06 10:52
업데이트 2017-08-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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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대책 발표 전 계약자 제외” 요구 빗발

“지난해 초 청약통장을 써서 서울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그사이 형편상 입주를 못하게 됐어요. 2년간 전세를 놓았다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채워 팔려고 했는데 앞으로 2년을 직접 거주해야 비과세가 된다니 당황스럽습니다.” (분당, 43세 직장인 이모씨)

“우리 아파트는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투기과열지구라니요. 대출이 40%로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집값만 더 떨어질까봐 걱정이네요.” (성북구, 52세 주부 김모씨)

역대 가장 강도높은 대책으로 불리는 ‘8·2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의 집값 안정이 기대되고 있지만, 일부 허점도 드러내고 있다.

유례없는 초강력 대책의 상당수를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면서 선의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물망식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을 지정하면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동네 거주자들은 유탄을 맞았다며 불멘 소리다.

◇ 비과세 거주요건 “대책 전 계약자 구제해달라” 요구 봇물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서울, 부산 등 청약조정대상지역 40개 지역에서 3일부터 취득하는 주택(양도가 9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해주기로 했다.

세법상 ‘취득’의 시점은 잔금납부 또는 등기접수일중 빠른 날이 기준이어서 대책 발표 전 집을 계약한 사람도 3일 이후 잔금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책 발표 전 집을 산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임모(38)씨는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르길래 불안한 마음에 지난달 중순 전세를 끼고 소형 아파트를 샀는데 갑자기 2년 거주까지 하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투기 목적으로 산 건 아니지만 요즘 장사가 신통찮아서 거주 요건을 못채우고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모(40)씨는 “남편이 회사를 대전으로 옮겨 전세 주고 매입한 서울 아파트에 거주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고 남편한테 회사를 그만두라고 해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청약조정지역내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는 박모(51)씨는 “2년 전 분양받은 아파트가 다음달 입주하는데 자녀 학비와 노부모 병원비 등으로 잔금을 낼 처지가 못돼 일단 전세를 놓을 예정”이라며 “분양 당시 비과세 요건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분양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는 기존 계약자들은 2년 거주 의무에서 제외해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박씨는 “최소한 정부 정책은 국민들이 예측가능해야 하는데 갑자기 기준을 바꿔버리면 어떻게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냐”며 “정권마다 조변석개식으로 정책을 바꿔버리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과거 전례를 들어 대책 발표 전 계약을 한 사람들은 구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 발표 당시 지방 아파트에 대해 2년 거주 요건을 추가하면서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불만이 확산되자 예외적으로 취득의 시점을 ‘계약체결일’로 인정해준 바 있다.

이번 8·2대책에서도 3일 이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대출 신청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이 축소돼 잔금 납부가 어렵게 되자 금융당국이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 처분자 등 실수요자에 한해 기존 한도를 적용해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2019년부터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강화되기 때문에 1주택자라도 비과세 요건을 갖추느냐, 못갖추느냐에 따라 양도세 차이가 많이 난다”며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다주택자들은 엄격하게 하더라도 예고없이 바뀐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투기지역 내도 동별 가격 상승 격차 커 ‘불만’

정부가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11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지역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전역과 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 제한 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대출 1건 이상 보유자는 10%포인트씩 강화, 무주택자는 50%)로 축소되고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 강화,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가 의무화되는 등 강도높은 규제가 적용된다.

당장 서울 동·북부권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4.63%(4월 말 대비) 오르는 동안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10.11%, 8.47%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북구는 0.91%, 은평구와 강북구는 각각 1.16%, 1.45%, 중랑구는 1.52% 오르는 등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성북구의 주민 박모(46)씨는 “인근 노원구만해도 재건축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데 여긴 별로 오른 것도 없다”며 “대출은 부자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것인데 집값이 많이 오른 곳과 아닌 곳을 가려서 규제를 차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투기지역’의 추가 자물쇠가 채워진 곳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동별로도 아파트값 상승폭의 차이가 커서다.

부동산114 통계에서 마포구는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대흥동(7.82%), 아현동(7.22%)·염리동(6.41%) 등이 크게 오르는 동안 서교동(0.15%)·망원동(0.67%)·상암동(0.83%)·용강동(0.98%)은 1% 미만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온도차가 있었다.

영등포구도 당산동(6.36%)·신길동(5.50%) 등이 많이 올랐지만 양평동1가(0.88%)·문래동3가(0.59%) 등은 별로 오르지 않았고, 노원구 상계동(8.66%)과 공릉동(1.71%)의 차이도 컸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을 동 단위로 세분화하지 않는 것은 현행 지정요건이 ‘구’ 단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구 단위를 유사 생활권으로 보고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경쟁률 등의 지정 요건을 평가한다”며 “동 단위는 특별히 개발계획 등이 잡힌 경우가 아니면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원구 공릉동의 한 주민은 “이 동네가 투기지역의 철퇴까지 맞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나 의문”이라며 “이 동네 집값이 찔끔 오를 때 옆 동네는 많이 올라서 부러워했는데 같은 구에 있다고 똑같은 굴레를 씌우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 손발 묶인 갈아타기 수요들도 불만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에서는 주택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졌다.

대출이 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되면서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은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주택의 중도금이든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기존 집을 팔거나 전세로 돌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대출을 받을 방법이 없다.

주부 조모(44)씨는 “기존 주택에 담보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내집마련 신청을 해놨는데 두 곳 다 갑자기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며 “중도금 대출을 못받게 되면 새 아파트 분양은 포기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도 1주택자는 LTV·DTI가 30%로 줄어들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할 경우 집값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집을 사기 어렵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정책의 요지는 집값 급등 지역내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고, 유주택자의 추가 진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갈아타기 수요자는 줄어든 대출을 고려해 자금계획을 세워야 하고 자금이 부족한 경우에는 비투기지역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죄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버틸 여력이 있는 부자들이 아니라 돈없는 서민들”이라며 “주택시장 교란 행위는 엄격하게 차단하더라도 예고없이 바뀐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는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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