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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비용 70% 中企에 집중…최저임금 이어 ‘충격’

근로시간 단축 비용 70% 中企에 집중…최저임금 이어 ‘충격’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2-27 11:14
업데이트 2018-02-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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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원 부담 추산…300인 이상 중견기업도 당장 하반기 시행 ‘부담’삼성 등 대기업은 예행연습으로 타격 크지 않을 듯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여유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기업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특히 아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중견·중소·영세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또 한번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민간부문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도입되면 공휴일 근무에 지급해야 할 임금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기업 부담 연 12조…‘연장근로 1위’ 제조업만 7조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최장 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이 실행된 뒤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빼고 연간 12조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26만6천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추가 고용으로 메우면 현금·현물급여 등 직접 노동비용으로 9조4천억 원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비, 직원채용비, 법정·법정 외 복리비 등 간접 노동비용 약 2조7천억 원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 비용의 약 60%에 해당하는 7조4천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운수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도 1조원에 이른다.

그만큼 제조업이나 운수업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현재 연장근로(초과근로) 시간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행태별 근로실태 조사’(2012년 정규직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28.1시간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1위였다. 광업(26.2), 운수업(16.8), 사업시설관리(13.9), 전기가스수도사업(13.7) 등도 초과 근로가 많은 업종 상위 5위권에 들었다.

제조업의 평균 월 초과근로 시간(28.1)은 신세계그룹과 같은 도소매업(5.6)의 거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 부담이 8조6천억원으로, 전체(12조1천억원)의 약 70%에 이를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1~29인 영세 사업장에서 3조3천억원, 30~299인 사업장에서 5조3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지금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구인난을 겪는 이들 중소기업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되면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30인 이상 사업장 오히려 임금 감소 가능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3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 추산에 따르면 현재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1~29인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초과근로 수당이 지켜지고 휴일수당 중복가산까지 적용되면 근로자의 임금은 5.6%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초과근로 시간이 많은 30~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지금보다 각 0.4%, 0.9% 임금이 줄어든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전기가스수도업에서 임금 감소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번 여야 합의안에서는 휴일수당 중복가산(통상임금 200%)이 무산되고 현행 규정(통상임금 150%)이 유지됐기 때문에 임금 감소 가능성은 휴일수당 중복가산을 가정한 한경연의 분석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한경연 추산에서 근로자 수나 업종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 전체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임금이 평균 1.9% 오를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 역시 휴일수당 중복가산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실제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상승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도 있다.

다만 휴일수당 중복가산이 빠진 대신 민간 부문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수준에 미칠 정밀한 영향 분석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정부나 정치권은 획일적 근로시간 조정을 강행하기보다는 업종·규모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개별 기업 노사가 근로시간을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더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계속 근로시간 단축 ‘워밍업’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 52시간’ 도입의 충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도입을 예상하고 상당 기간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라’고 권고했다.

법 개정과 함께 갑자기 주당 10시간 이상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예상되는 혼란에 대비한 ‘연습’ 성격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기아자동차도 작년 노조에 ‘잔업 전면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을 통보했다.

실질적으로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에 따른 인건비(수당)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기아차 안팎의 분석이지만 기아차는 이 방침의 공식 배경의 하나로 ‘장시간 근로 해소’를 거론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장시간 근로 해소는 세계적 추세로, 현 정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가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인 만큼 잔업과 특근 등 추가 근로를 줄여 정책에 호응하겠다는 설명이다.

기아차는 2013년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꾼 뒤 지난해부터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 왔다. 이번 지침으로 없어지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모두 30분이다.

신세계도 지난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동차용 촉매 등을 생산하는 경기 시흥에 있는 A업체의 경우 당초 평일 12시간 맞교대, 토요일 8시간 맞교대 등 ‘2조 2교대제’를 운영했다. 휴일근로를 포함한 주당 근로시간이 대부분의 부서에서 52시간을 넘었기 때문에 법 개정에 대비해 지난 2015년 상반기에 일찌감치 근무체제를 ‘3조3교대제’로 바꿨다.

그 결과 주당 근로시간은 기존 60시간에서 46시간으로 크게 줄었고, 45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어느 정도 달성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 보전과 신규 채용 등에 따른 업체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은 어느 정도 재무적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추가 인력 고용 등으로 줄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돈도 없는데 근로시간까지 줄이라고 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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