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3일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고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도 하반기에 경제가 개선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2.5%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도 “수출과 설비투자의 여건과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아 언제 회복되는가에 대해 많은 우려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각종 연구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가 지나칠 경우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수립 시 금융불균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금융불균형이란 저금리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통화정책 수립 시에도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경기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안정이란 비만과 같아서 가계부채 부채를 관리하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 “통화정책은 어느 한쪽만을 고려해 결정할 수 없으며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은 금통위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된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등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이날 발언을 놓고도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연준의 통화정책과 우리가 일대일(1:1) 대응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도 반드시 내린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