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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꼬여버린 수요·공급… 전 산업 직격탄

①꼬여버린 수요·공급… 전 산업 직격탄

장은석, 강윤혁,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3-18 00:22
업데이트 2020-03-1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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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돈 쏟아 붓는데도 ‘증시 폭락’ 왜

②보건 위기… 전통적 부양책 안 먹혀
③美·中 세계 최대 소비·생산망 타격
④트럼프 ‘가벼운 입’ …투매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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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고 ‘돈풀기’(양적완화)에도 나섰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1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7.5원 뛴 1243.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2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증시는 더 추락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인 다우평균지수(-12.93%)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98%), 나스닥지수(-12.32%) 모두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다우지수 -22.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영국(-4.01%)과 독일(-5.31%), 프랑스(-5.75%), 이탈리아(-8.35%), 스페인(-7.94%) 증시도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원인으로 ▲보건 위기의 불확실성 ▲세계 최대의 공급(중국)·소비(미국·유럽)시장 직격탄 ▲전 산업 타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벼운 입’ 등 4가지를 꼽았다. 또 이를 풀어 나갈 대책으로 ▲철저한 방역 ▲통화·재정 당국의 글로벌 공조 ▲중앙은행의 회사채 매입과 같은 핀셋 정책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코로나19가 과거 외환·금융 위기와 다른 보건·의료 위기여서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이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가 맞춤형 대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염병이 얼마나 더 퍼질지 가늠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동성 경색이 원인이어서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해결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는 보건·의료 위기여서 성격이 과거 위기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정지만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소비자들이 밖에 나가지 않는다. 실물경제에 얼마나 마이너스가 될지 가늠하기 힘들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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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한 직원이 전 거래일보다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로 마감한 코스피를 보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5일(1666.52)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한 직원이 전 거래일보다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로 마감한 코스피를 보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5일(1666.52)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코로나19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발병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준 데 이어 ‘세계의 소비시장’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돼 글로벌 수요에도 직격탄을 날린 점도 문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19가 번지면서 글로벌 공급과 수요가 다 꼬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폭탄을 먼저 맞은 중국이 충격적인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든 점도 작용했다. 중국의 올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급락했다. 중국의 월간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에도 곧 중국과 같은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과 수출 등 모든 산업에 무차별적 피해를 주는 점도 꼽힌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여서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면 복구됐는데, 코로나19는 모든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벼운 입도 시장 투매를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선 오는 7~8월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져 미국 증시가 대폭락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에 단행한 연준의 금리 인하도 오히려 경기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이 곧 최선의 경제 대책’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센터장은 “근본 해결책은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론 재정 당국의 공조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의 위기는 미국이나 중국 등 개별 국가의 대책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화상회의를 열어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주요 20개국(G20)으로 글로벌 공조를 확대해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종료된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한미 통화스와프는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정부도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재정 당국이 구체적인 핀셋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서 센터장은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국채와 모기지 중심으로 매입하는데 회사채 등으로 매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 당국도 비상계획에 따라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융안정기금 등을 검토 중이며 그다음에는 증시안정펀드와 비과세 장기주식펀드 카드 등을 꺼낼 전망이다. 증시 폭락이 멈추지 않으면 현행 ±30%인 주식 가격 제한폭을 축소하고 매매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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