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환매 연기 등 부실 사모펀드 2.7조원…“자율 배상시 조건 확인해야”

환매 연기 등 부실 사모펀드 2.7조원…“자율 배상시 조건 확인해야”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20-03-31 14:49
업데이트 2020-03-31 14: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감원, “분쟁조정위나 법원 판결 따른 추가 배상 가능 반영해야”

이미지 확대
대신증권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신증권에서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해 부실로 인해 환매가 연기되거나 손실이 우려되는 사모펀드 규모가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도 500건 넘게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상태다. 최근 일부 판매사가 신속한 피해 구제 방안으로 자율배상에 나서고 있지만, 합의 조건에 대한 투자자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31일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해 부실이 발생해 환매가 연기되거나 손실 우려가 커진 사모펀드 판매액은 총 2조 684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환매를 연기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액이 1조 6679억원으로 가장 많고, 지난 1~2월 환매를 연기한 알펜루트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액은 2296억원이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자산의 부실을 은폐하거나 수익률 조작을 통한 불법 운용이 문제가 됐고,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운용 자금을 지원했던 증권사들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해지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또 원리금 상환 지연으로 손실 발생 우려가 제기된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판매액도 4276억원에 달했다. 이 상품은 독일의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이 현지 기념물 보존 등재 건물을 사들여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상품으로 개발 인허가에 문제가 발생해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지수가 급락해 KB증권이 반대 매매에 나선 닛케이지수옵션펀드는 판매액이 229억원으로 전액 손실 우려가 제기됐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도 부실이 발생했는데 판매액이 1528억원이다.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 보건기구에 청구하는 유동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펀드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운용사의 부당행위에 대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로 환매가 연기된 디스커버리 DLG펀드와 KTB펀드의 판매액은 1593억원과 140억원이다.

미 SEC는 디스커버리DLG펀드의 자산인 글로벌채권펀드(DLG) 미 운용사의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KTB펀드도 자산인 소상공인 대출 미 운용사의 수익률 조작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외에도 펀드 자산인 미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환매가 연기된 교보로얄클래스펀드 판매 규모는 105억원이다.

부실이 발생한 이들 사모펀드 중 라임자산운용과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닛케이지수옵션펀드,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 등 4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 500건 넘는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431건에 달했고, 이 중 은행 판매사 대상이 272건, 증권사 대상은 159건이었다. 은행은 우리은행이 181건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는 대신증권 100건, 신한금융투자 34건, KB증권 13건 등이었다.
이미지 확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19일 압수수색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건물의 모습.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관련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19일 압수수색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건물의 모습.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을 알리지 않고 관련 상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장모 전 반포WM센터 센터장이 근무했던 곳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환매가 연기된 해외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85건이고 닛케이지수옵션펀드 19건,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 2건 등이다.

향후 부실이 발생한 사모펀드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금감원 분쟁조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절차는 투자자의 손해가 확정돼야 진행될 수 있지만, 대부분 아직 손실 규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일부 펀드 판매사는 자율배상을 추진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부실이 발생한 호주부동산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반환했다. 신영증권도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에게 일정 비율을 배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의 원금 상환이 지연된 고객에게 다음달부터 투자금액의 50%를 미리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투자자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 구제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금융회사들은 고객 보호와 평판 제고뿐 아니라 배임, 손실 보전 등 법규 위반 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배상을 결정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지난해 10월 14일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원종준(오른쪽)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왼쪽이 라임의 투자 업무를 총괄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4일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원종준(오른쪽)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왼쪽이 라임의 투자 업무를 총괄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율배상 합의를 할 경우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합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판매상품의 부실 원인과 투자자 유형 등을 고려해 자율배상 기준과 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자율배상에 합의한 후 분쟁조정 신청 등을 취하할 경우 추가 배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율배상 합의조건에 향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 판결 내용에 따른 추가 배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반영하도록 금융회사에 권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합의서 작성시 추가 배상 가능 여부 등 합의 조건과 효력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