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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아이돌, 이젠 아이돌 감독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 줄래요”

전직 아이돌, 이젠 아이돌 감독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 줄래요”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1-05-20 21:04
업데이트 2021-05-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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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콘텐츠 앞장서는 hy 이상현 사원

식품업계 첫 사이버 아이돌 시도 눈길
“MZ세대 공략 제안했는데 덜컥 합격
노래 맡는 합격생 5명, 아이돌 지망생”
유튜브선 먹방·커버댄스 홍보 몸부림
“실패도 내 인생… 만회하려 두 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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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난 이상현 유제품CM팀 사원이 hy의 주요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씨는 9인조 아이돌그룹 ‘BTL’로 데뷔한 적 있는 MZ세대로 식품업계 최초 엔터테인먼트 사업인 사내 ‘하이파이브’(HY-FIVE)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난 이상현 유제품CM팀 사원이 hy의 주요 제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씨는 9인조 아이돌그룹 ‘BTL’로 데뷔한 적 있는 MZ세대로 식품업계 최초 엔터테인먼트 사업인 사내 ‘하이파이브’(HY-FIVE)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가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이버 아이돌그룹을 지휘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hy(옛 한국야쿠르트) 2년 차 사원 이상현(29)씨는 식품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사이버 아이돌그룹의 총감독이다. hy의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그룹 ‘하이파이브’(HY-FIVE)는 hy를 대표하는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 ‘위르’(윌), ‘뚜리’(MPRO3), ‘쿠퍼’(쿠퍼스), ‘야츄’(하루야채), ‘쿠르’(야쿠르트라이트) 등 5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아이돌그룹이다. 10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가수 지망생 5명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는다.

하이파이브는 이씨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이씨는 직접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녹음 일정 등 전체적인 기획과 제작도 도맡았다. 음원은 오는 8월 말 공개된다. 이씨는 “MZ세대 공략이 주제였는데, 제 경험을 토대로 한 아이디어를 냈더니 덜컥 채택이 됐다”면서 “합격한 5명 모두 가수의 꿈이 간절한 아이돌 지망생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야인마TV’도 운영하고 있다. ‘MZ세대 직장인의 적나라한 회사 생활’을 콘셉트로 공식 채널에선 다루지 않는 재치 있는 홍보로 구독자를 끌어모으는 중이다. 회사 법인카드로 각종 ‘먹방’을 선보이고, 사무실에서 인기 아이돌그룹 ‘커버댄스’도 춘다. 소주와 야쿠르트를 어떻게 섞어야 가장 맛있는 ‘황금비율’인지 소개하기도 한다. 이씨는 “팀장은 유튜브 채널 운영을 간섭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니까 마음껏 해 보라고 한다. 얼마 전 사장님도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하셨다”면서 “제가 ‘선’을 넘는 건 아닌지 걱정될 뿐”이라며 웃었다.
‘하이파이브’(HY-FIVE)
‘하이파이브’(HY-FIVE)
이씨는 전직 아이돌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연습생 9년, 그동안 오디션만 300번 떨어졌다. 2014년 9인조 아이돌그룹 ‘BTL’ 데뷔의 기쁨도 잠시 회사는 활동 2년 만에 부도가 났다. 방황하던 이씨는 ‘프로듀스 101’ 탈락을 마지막으로 아이돌의 꿈을 접고 취직을 결심했다. 대학에 돌아와서는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두 배로 노력했다. 매 학기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았다. 차상위계층 아이들에게 재능 기부로 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씨는 입사지원서에 그간 어떻게 노력했고, 왜 좌절했으며 거기서 뭘 배웠는지 진솔하게 적었고, 2019년 hy 공채에 합격했다.

‘전직 아이돌’ 타이틀이 부담되진 않는지 묻자 이씨는 “실패한 아이돌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그것도 제 인생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면서 “어떤 길을 가다 넘어진 분들을 응원해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1-05-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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