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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내 분해되는 ‘생분해 그물’로 유령어업 끊어요”

“2년 내 분해되는 ‘생분해 그물’로 유령어업 끊어요”

황인주 기자
황인주 기자
입력 2022-04-06 20:46
업데이트 2022-04-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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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봉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쓰레기 줄면서 물고기 보호 효과
나일론 2~3배 가격… 공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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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봉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박수봉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유실된 나일론 어업용 그물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려면 수백년은 족히 걸립니다. 그 기간에 물고기들은 계속 그물에 걸리고 이를 먹으려던 더 큰 물고기가 또 걸려서 죽는 ‘유령어업’의 악순환이 반복되죠.”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바닷속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되는 생분해 그물실을 200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07년부터 민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초기 개발된 생분해 그물실은 대게 어업엔 적합했지만 유연하지 않아 물고기를 잡기는 어려웠다. 이에 박수봉(35)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어업 현장을 찾아 어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물리적인 강도와 유연성을 각각 10%, 20% 보완한 생분해 그물원료 ‘PBEAS’ 등을 2020년 개발했다.

박 연구사는 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물이 뻣뻣하면 물고기가 잘 걸리지 않아 어민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며 “새로 만든 그물실은 유연성을 보장하고 분해 시간도 단축해 개시 후 1~2년이면 물고기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물에서 도망갈 수 있을 정도로 분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잃어버린 그물을 수심이 깊은 먼바다에서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버려진 비분해성 그물에 펄과 쓰레기가 쌓이면 바닷속에 거대한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며 생분해 그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생분해 그물실은 올 초부터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다만 생분해 그물은 나일론 그물보다 2~3배 비싸 지방자치단체 입찰을 통한 어구 보급사업으로 인한 공급이 주를 이룬다는 한계가 있다. 박 연구사는 “어구를 구매하려면 한 달이 넘는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셈이라 적기에 그물을 보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그간 정부가 확보한 생분해 그물 보급 예산은 매년 약 60% 정도만 집행되는 등 홍보와 사전 수요조사가 미비한 부분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보조금이 무한정 지원될 순 없겠지만 공급이 더 확대되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와 함께 어업인들의 반응을 살피며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황인주 기자
2022-04-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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