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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 줄었는데도 수요보다 15만t 넘게 많아…정부 “공급과잉 고착” 비상

쌀 생산 줄었는데도 수요보다 15만t 넘게 많아…정부 “공급과잉 고착” 비상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11-15 15:59
업데이트 2022-11-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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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통계청 생산량 조사 결과 발표

기상 악화·재배면적 축소로 수확량 3% 감소
그래도 쌀 소비량보다 15.5만t 초과 생산
“소비 변화 맞춰 쌀 대신 밀·콩 재배 늘려야”
“쌀 생산 억제, 강제 어려워 뚜렷한 대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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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팔리지 않는 건조 벼
쌀값 폭락…팔리지 않는 건조 벼 18일 경북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저장고에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한 무게 1t짜리 건조 벼 포대들이 가득 차 있다. 신포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매한 건조 벼 5천300t이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며 “다음 달 시작하는 올해 햅쌀 수매는 못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022.7.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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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 북방면 홍천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26일 시장격리용 쌀의 적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홍천군 북방면 홍천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26일 시장격리용 쌀의 적재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쌀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수요량보다 많아 쌀이 남아도는 쌀 공급과잉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야당과 농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정부는 쌀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다른 작물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재배로 과잉생산되고 있는 쌀 생산 억제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의무적으로 남아도는 쌀을 예산으로 사주는 양곡관리법의 다음달 국회 처리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남아도는 쌀 예산으로 사주는
양곡법 통과시 공급과잉 더욱 고착화”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2022년산 쌀 생산량이 376만 4000t으로 추정 수요량인 360만 9000t보다 15만 5000t 많다고 발표했다.

통계청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산 쌀 생산량은 2021년산 쌀 생산량 388만 2000t보다 3% 줄어든 11만 8000t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벼 재배면적이 줄었고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벼 낟알이 익는 시기에 태풍 힌남노과 저온 현상 등 기상 여건이 악화하면서 평년보다 작황이 좋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이 5000㏊가 줄고 태풍으로 작황이 전년과 평년보다 좋지 않은데도 쌀 소비량보다 초과 생산돼 공급과잉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수확기 이후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2021년산도 산지 재고가 많이 남아 있어 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으로 정부가 남아도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주면 공급과잉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쌀 공급생산이나 재배면적을 줄이는 한편, 밀·콩과 같은 수입이 많은 다른 작물들에 대한 재배를 높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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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급종으로 공급하는 가루쌀. 일반쌀보다 밀도가 낮아 가공하기 쉬워 빵, 과자, 맥주 원료로 쓰인다.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정부가 보급종으로 공급하는 가루쌀. 일반쌀보다 밀도가 낮아 가공하기 쉬워 빵, 과자, 맥주 원료로 쓰인다.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 신속 매입”
“쌀 소비 트렌드 바뀐데 맞춰 정책 추진”

농식품부는 올해도 쌀 공급 과잉이 예상되자 계획대로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애초 올해 초과 생산량을 24만 8000t으로 추정했으나 이번 통계청 조사에서 초과 생산량이 앞선 예측치보다 10만t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매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당시 시중 구곡 재고와 쌀값 반등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추정 초과 생산량이었던 24만 8000t보다 더 많은 45만t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이 과도한 급등락 없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필요한 조치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정부는 2022년산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82만t 중 20만t을 매입했다. 또 2021년산 시장격리곡 8만t 중에서는 2만 8000t을 매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쌀 이외 밀·콩·가루쌀 등 식량안보상 중요한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직불금 지급(전략작물직불제)을 위한 내년 예산을 반영 중에 있다”면서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 생산·가공·유통 등 산업화 지원 예산도 반영을 적극 추진하고 쌀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다양한 쌀 소비 촉진 정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 보장하라”
“쌀값 보장하라”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강원농민대회에 참여한 한 농민이 24일 강원 춘천 강원도청 앞에 쌓아 놓은 쌀자루 위에서 ‘2021년 재고미 정부가 전량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농가가 보유한 쌀 재고량이 1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전국 쌀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쌀 20㎏ 도매가격은 4만 6400원으로 1년 전(5만 9000원)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춘천 연합뉴스
●양곡법 12월 19일 본회의 상정 가능
한편 양곡관리법은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이 상임위로 회부돼 60일이 지나면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즉 다음달 19일에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30일이 지나게 되면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직권상정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법은 법안 발의 당시 재정추계도 빠져 있어 상임위에서도 논란이 됐었다”면서 “농협이 자금으로 쌀을 매입 격리하면 정부가 그 자금을 10년 동안 균등하게 상환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갚고 있고 올해 시장 격리로 45만t에 대해서도 연평균 1조원이 넘는 예산을 2036년까지 갚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초과생산량은 24만 8000t 규모지만 해마다 늘어 2030년에는 64만 1000t까지 증가하다고 판단했다. 수매에 드는 예산 역시 올해 5559억원에서 2030년 1조 4042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추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농사는 다른 농사보다 손이 덜 간다. 그래서 밀, 콩 등 다른 작물들을 재배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다른 작물을 재배해 발생하는 쌀과의 소득격차를 직불금을 보전해주고 배수 개선 사업들, 기계화는 물론 판로도 정부가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과잉 생산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생산억제책을 도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 투자 방향이 쌀 중심으로 돼있고 그렇게 고착화돼 있다”면서도 국회와 농업계의 반발을 우려한듯 “농가에 시장격리시 생산조정을 하도록 농가별로 법률상 규정돼 있지만 작물 선택에 강제성의 띄기 어렵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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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전남 담양군 소재 한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공급 과잉으로 저장탱크에 담지 못한 쌀이 야외에 보관되는 모습. 당정은 이날 공급과잉 대책으로 올해 1월에 지난해 생산된 쌀 20만t에 대한 시장격리(정부 매입)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전남 담양군 소재 한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공급 과잉으로 저장탱크에 담지 못한 쌀이 야외에 보관되는 모습. 당정은 이날 공급과잉 대책으로 올해 1월에 지난해 생산된 쌀 20만t에 대한 시장격리(정부 매입)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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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팔리지 않는 건조 벼
쌀값 폭락…팔리지 않는 건조 벼 18일 경북 포항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포항농협 저장고에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한 무게 1t짜리 건조 벼 포대들이 가득 차 있다. 신포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수매한 건조 벼 5천300t이 쌀값 폭락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며 “다음 달 시작하는 올해 햅쌀 수매는 못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022.7.18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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