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인 하루 반나절 사용할 에너지, 아파트 14층 높이 LNG선에 담긴다

[르포]한국인 하루 반나절 사용할 에너지, 아파트 14층 높이 LNG선에 담긴다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3-03-25 22:32
업데이트 2023-03-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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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4층 높이 174K급 LNG선 타보니
한 번에 한국인 하루 반나절 쓸 LNG 운반
액화 상태 유지해주는 ‘화물창’ 기술력 핵심
EU·IMO 등 “선박 탄소 배출 규제 강화” 기조
“LNG선 수요 탄탄, 韓 조선업 호황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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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17만 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 반나절 정도 사용할 천연가스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17만 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모습.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 반나절 정도 사용할 천연가스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이 배에는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 반나절 정도 쓸 수 있는 양의 천연가스가 담깁니다.”

선박의 꼭대기로 향하는 임시구조물의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움직였다. 높이는 36m, 아파트로 치면 14층 정도다. 갑판에 올라서니, 너른 조선소와 그를 둘러싼 울산의 풍경이 한눈에 담겼다. 지난 22일 승선한 이 배는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17만 4000㎥(입방미터)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2020년 수주해 올해 상반기 중 선주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영하 163도에서 액체로 변하는 천연가스는 부피가 기체일 때보다 무려 300분의1로 줄어든다. 이때 비로소 상업 운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LNG선의 꽃’이라 불리는 ‘화물창’(카고탱크)이다.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는 탱크인데, 이 배에는 총 4개의 화물창이 실린다. 이만수 현대중공업 프로젝트매니저는 “천연가스가 운반 중 기체로 변하지 않도록 온도를 유지해주는 ‘보온성’이 화물창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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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17만 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외관. 높이는 36m 정도로 아파트 14층과 맞먹는다. 길이는 300m, 너비는 46m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17만 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외관. 높이는 36m 정도로 아파트 14층과 맞먹는다. 길이는 300m, 너비는 46m다. 현대중공업 제공
국가중요시설로 관리되는 조선소는 외부인 출입이 무척 까다롭다. 오랜만에 조선소를 개방한 현대중공업이 수많은 선박 중에서 유독 LNG선을 꼭 집어 보여준 이유는 바로 한국 조선업의 부활을 이끄는 ‘효자’ 선종이어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압도적인 수주량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 LNG선에서만큼은 ‘기술 초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LNG운반선은 총 1452만CGT가 발주돼 전년보다 131%나 급상승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1012만CGT로 무려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후 지금껏 총 2272척의 선박을 만들었는데, 이 중에서 LNG선은 95척(4%)에 그친다. 그러나 현재 현대중공업의 전체 수주잔량(155척) 중 LNG선은 53척으로 비중이 무려 34%나 된다. 그만큼 LNG선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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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곳곳에 무거운 조선 기자재를 옮기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곳곳에 무거운 조선 기자재를 옮기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가격이 비싼 만큼,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선종이기도 하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만 4000㎥급 이상 LNG운반선의 신조선가는 지난달 2억 5000만 달러(약 3250억원)로 대형 유조선(1억 2000만 달러), 컨테이너선(2억 1500만 달러)을 웃돌았다. 2019년 2월 대비 5년간 선가 상승률도 35%에 달했다.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배를 짓는 데 걸리는 기간도 약 2년으로 대형 유조선 등 다른 선종보다 1년 이상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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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선박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선박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압박이 점차 강해지는 가운데 LNG선의 강력한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제 해사기구(IMO)는 오는 7월 총회에서 2050년 국제 해운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100%로 상향하는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지속가능한 해양연료 이니셔티브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경기침체 여파로 선박 발주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예측하는 가운데서도 “LNG선을 위주로 하는 한국 조선업이 받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울산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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