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중 목메인 한전 사장… 尹, 정승일 사표 수리

이임사 중 목메인 한전 사장… 尹, 정승일 사표 수리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5-19 12:31
업데이트 2023-05-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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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8일 오후 사직서 수리 통보

15일 전기요금 인상 결정 후 사흘만
정승일 “전기요금 인상 적기 불가피”
與, 정 사장 사퇴 수차례 공개 압박
한전, 이정복 부사장 대행 체제로
비상경영위 가동…후임까지 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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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연합뉴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전력공사의 사상 최대 적자 속에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정승일 한전 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정 사장은 이임사 도중 수차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한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정 사장의 사직서를 수리했고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한전에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12일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25조 7000억원 규모의 한전 자구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사의를 밝혔다.

정 사장은 당시 배포한 입장문에는 전기요금 정상화의 당위성과 글로벌 에너지 수급대란 속에 전기요금 인상 없이 적자로 버텨왔던 한전이 국민경제 부담의 완충 역할을 한 점을 기억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 사장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 차질과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감안해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요금 인상 직전 한전의 1분기 누적 적자는 45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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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표명한 한전 사장
사의표명한 한전 사장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비전홀에서 정승일 사장이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에 자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한전의 적자난 해소 자구책 발표에 맞춰 사의를 표명했다. 2023.5.12
연합뉴스
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경우 지난 2월에 발전사로부터 ㎾h당 167.2원에 전력을 사들여서 가정과 산업계 등에 원가보다 14.5원 싼 ㎾h당 152.7원에 팔았다. 한전의 구입단가에는 송배전 및 사업소 관리비, 투자비, 이윤 등은 모두 빠져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원가 회수율은 더욱 낮아진다.

당정협의회는 2분기가 시작된 지 45일 만인 지난 15일 ㎾h당 8원(5.3%)의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4인 가구 매월 기준 3000원 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산업부와 한전은 13.1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당정은 국민 여론 악화와 부담 등을 감안해 낮은 수준으로 정해졌다.

산업부 에너자지원실장, 차관 등 주요 보직과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을 거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5월 한전 사장에 임명됐다.

한전 재무 위기 극복과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정부·여당에서는 정 사장을 불편해하는 기류가 강했고, 여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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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15 뉴스1
박대출(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1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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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
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3월 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전 제공
앞서 정 사장은 지난 3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가의 70%만 회수되는 전기요금을 언급하며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을 일치시켜야 한전의 재무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해 영업 비용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폭등해 전력 시장에서 전기를 사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해 ㎾h당 평균 196.7원인데 반해 소비자에게 파는 전력 판매 가격 평균은 120.5원이니 누가 경영을 한다 해도 적자를 안 낼 도리가 없다”면서 “올해 1월에 모두 반영돼야 할 45.3원의 기준연료비가 4분의 1인 11.4원만 반영되고 인상요인 4분의 3이 남았다. 적정 속도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전기요금 정상화와 재무개선, 탄소중립,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2개 호기 준공, 안전경영 등 지난날의 노력들을 짚으며, 그간의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본사 임직원들로 가득찬 강당에서 담담하게 이임사를 밝히던 정 사장은 이임사 도중 몇 차례나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임직원들은 정 사장을 보내는데 대한 아쉬움을 담은 국내외 직원들의 영상 메시지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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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고강도 자구노력 대책을 확대·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구안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 제공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고강도 자구노력 대책을 확대·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구안 발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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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비상경영·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
한전, 비상경영·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비전홀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안을 위한 적자난 해소 자구책 발표를 앞두고 이날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었다. 2023.5.12 연합뉴스
정 사장은 이임식에 앞서 본사 전 부서를 돌며 일일이 모든 직원과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한전은 차기 사장 선임 때까지 이정복 경영관리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또 사장 직무대행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전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된다.

한전의 차기 사장 선임 작업에는 3개월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사장 선임은 향후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정기 이사회에서 모집방법과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추위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치면 산업부가 후보자를 3~5배수로 추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인사검증 등을 거쳐 산업부가 최종 후보자를 통보한다.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끝나면 산업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전 관계자는 “누구보다 에너지를 잘 아는 정 사장이 나가게 돼서 많이 아쉽다”면서 “후임 인선이 신속하게 이뤄져 조직이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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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각·임금 동결…한전, 자구안 발표
부동산 매각·임금 동결…한전, 자구안 발표 12일 한국전력공사는 부동산 자산 매각,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추진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5조7천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러한 내용의 적자난 해소 자구책 발표에 맞춰 정부에 사의 표명했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2023.5.12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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