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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고 더 강한 엔진… 자동차 시장 ‘터보’ 바람

더 세고 더 강한 엔진… 자동차 시장 ‘터보’ 바람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5-03-19 17:46
업데이트 2015-03-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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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고효율·고성능 터보차저의 모든 것

국내 자동차시장에 터보 바람이 불고 있다. 디젤차 인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시작된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성능과 효율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가솔린차에도 터보엔진을 장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높아지는 환경 규제 속에서도 강한 힘을 원하는 자동차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터보엔진 기술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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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터보라고 부르는 자동차 기술의 정확한 명칭은 터보차저(Turbo charger)다. 우리말로는 ‘공기 과급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핵심은 엔진에 강한 압력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자동차의 힘을 최대치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엔진은 공기(산소)와 연료가 연소실(실린더) 안에서 혼합돼 폭발하면서 힘을 낸다. 흡입된 공기와 연료의 양이 많을수록 폭발력은 세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자연흡기식 엔진은 연소실 안의 피스톤이 내려올 때 공기를 자연스럽게 빨아들인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는 자동차가 가진 실제 배기량의 80% 정도밖에 공기를 흡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터보차저는 연소실 안으로 팬을 돌려 강제로 공기를 욱여넣는 방식으로 엔진의 폭발력을 키운다. 이때 팬을 돌리는 운동에너지는 앞서 엔진에서 빠져나오는 배기가스의 힘을 빌린다. 대기 중으로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터보엔진을 고성능에 고효율을 더한 기술이라고 부른다. 터보차저는 엔진의 힘을 30~50%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작은 엔진으로 큰 힘을 낸다는 점도 매력적인 대목이다. 더불어 엔진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가다 보니 불완전연소로 생기는 매연 등도 적어 환경 친화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터보차저 기술은 항공기 엔진에서 출발했다. 때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는 공기(산소) 밀도가 낮은 높이까지 고도를 올려야 했지만 이렇게 하면 엔진 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낮아지는 공기의 밀도만큼 산소량도 줄어드는 탓이었다. 엔진 전문가들은 항공기 엔진에 인위적으로 공기를 밀어넣는 장치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터보엔진의 시초다. 이 기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B29 폭격기는 터보차저를 단 덕에 대공포가 닿지 않는 1만m 상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일본열도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당시 기술력에서 밀리던 일본은 해당 높이까지 비행기를 올려 보낼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터보차저는 강한 힘이 필요한 기차와 선박 등에도 사용됐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트랙터 같은 중장비에 먼저 쓰였고 고출력이 필요한 경주용차나 스포츠카 등에도 애용됐다.

터보엔진을 최초로 적용해 양산한 차는 1962년 출시된 미국 자동차 브랜드 올즈모빌의 ‘터보 제트파이어’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하듯 터보차저를 장착한 신차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첫 터보차는 1990년 현대차가 출시한 ‘스쿠프 터보’다. 직렬 4기통 1500㏄ 터보엔진을 단 스쿠프 터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0초 벽을 허문 최초의 국산차라는 기록을 지니고 있다.

최근 주변에서 터보차저를 단 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디젤 인기 덕이다. 우선 국산과 수입차를 막론하고 최근 출시되는 디젤 승용차는 99% 터보차저를 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10위 중 렉서스 ES 300h를 제외한 9개 모델이 모두 디젤 터보 차량일 정도다.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터보 차량의 인기는 휘발유 차량에도 옮겨 가고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LF쏘나타에 터보엔진을 장착한 ‘쏘나타 2.0 터보’를 출시했다. 쎄타Ⅱ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6.0㎏·m라는 동급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터보차저 덕에 기존 모델과 비교할 때 최고출력은 45.8%, 최대토크는 75.6%가량 높였다. 현대차의 앞선 터보 모델로는 제네시스 쿠페, 벨로스터 터보 등이 있다. K3쿱에 터보를 달아 재미를 본 기아차도 지난해 K5 터보를 출시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터보엔진을 단 ‘SM5 TCE’를 시장에 선보였다. 터보엔진에 인색했던 일본차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가솔린 터보 차량을 내놓는 중이다. 렉서스는 지난달 브랜드 최초로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은 소형 SUV NX200t를 출시했다. 터보 바람은 경차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에서는 경차에 터보차저 다는 것을 주저했다. 가격에 민감한 경차에 터보차저를 달면 단가가 올라가 자칫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올 초 기아차는 모닝에 카파 1.0 터보엔진을 탑재한 더 뉴 모닝 터보(TCI)를 출시했다. 한국GM도 신형 스파크에 터보를 단 제품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좋을 것만 같은 터보차저는 단점도 적지 않다. 우선 엔진 내부에 강한 압력을 불어넣고 출력도 높다 보니 엔진에 가해지는 피로도가 일반 엔진보다 월등히 높다. 부품이 마모되거나 고장이 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또 배기가스가 나와야 제대로 터보차저가 돌아가는 구조여서 공기 압축 효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초기 터보 차량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치고 나가기까지 약간의 지연 시간이 필요했다. 흔히 터보래그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또 다른 단점은 부품이나 기계 가공이 많아 차도 무거워지고 가격도 비싸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터보 차량을 모는 운전자들이 알아 둬야 할 점들이 있다. 공기 흡입량이 많은 터보엔진은 흡입한 공기를 걸러 주는 에어클리너 관리가 필수다. 관리 소홀로 내부에 먼지가 쌓이면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가속력과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 엔진보다 고온에 더 많이 노출되고 터보차저에도 엔진오일이 공급되는 구조인 탓에 엔진오일 교환 주기도 정확히 지켜야 한다. 특히 시동을 걸고 바로 급출발하거나 가혹한 주행 후 바로 시동을 끄면 터보 내부에 있는 엔진오일이 눌어붙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5-03-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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