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장마 엎친 데 초강력 태풍까지… 혹시 내가 산 차도 물에 잠긴 차?
41일간 보험접수된 침수 차량 9123대피해액만 865억… 2011년 최악때 육박
차량 10대 중 3대는 자차보험 미가입
침수 사실 숨기고 중고차 유통될 우려
“자동차365 사이트서 이력 조회 가능”
침수된 차량들
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침수 피해로 보험 접수된 차는 모두 9123대로 추정손해액은 약 865억원이었다. 손해액만 보면 지금껏 가장 피해가 컸던 2011년 6~8월 집중호우 때(993억원)에 근접했다. 서해안을 따라 25~27일 한반도를 지날 태풍 바비가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단골처럼 찾아오는 가을 태풍의 피해까지 더해진다면 올해 침수차 추정손해액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물에 잠긴 차들이 중고차로 팔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차가 침수당하면 ▲손해보험사에 피해 사실 접수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와 공업사가 전손(폐차해야 하는 수준) 또는 분손(고쳐 쓸 수 있는 수준) 피해 여부 판별 ▲전손이면 보험 가입 때 적시한 차량가액을 보상하고, 분손이면 수리비용 지급 등의 순으로 처리된다. 전손된 차는 보험사가 명의 이전을 받아 공업사나 폐차장에 넘기고, 이들은 잔존물(재활용되는 철물·부품 등)을 회수한 뒤 폐차 처리한다. 보험 처리한 침수차 정보는 보험개발원의 사고 이력 조회 서비스인 ‘카히스토리’에 남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침수 사실을 숨기고 중고차 시장에 유통할 수 없다.
또 폐차하겠다며 보험사로부터 차를 건네받은 공업사나 중고차 매매업자, 폐차장 등이 차를 빼돌려 굴러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수리한 뒤 침수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싼값에 파는 일도 있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공업사가 빼돌린 전손 차는 이미 보험사가 카히스토리에 피해 내역을 올렸기에 구매자가 검색만 해보면 침수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카히스토리 서비스를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라고 표시한 매물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수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지난달 이후 침수된 차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부터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실무 주체인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침수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년보다 많은 침수차가 중고차로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달 초 시군구청과 보험사 등에 공문을 보내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도록 요청했다”면서 “국토부가 운영하는 ‘자동차365’ 사이트를 보면 정비업체가 올린 침수 이력도 조회할 수 있어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08-2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