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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던 ‘팝펀딩’ 투자금만 800억… 제2 라임 사태 되나

혁신이라던 ‘팝펀딩’ 투자금만 800억… 제2 라임 사태 되나

유대근, 홍인기, 강윤혁 기자
입력 2020-06-11 21:02
업데이트 2020-06-1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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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노인 속여 5억어치 부실상품 팔아”

입금 후에야 위험고지 등 라임과 닮은꼴
증권사 외 농협도 판매… 대책위, 고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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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손꼽던 혁신 금융의 대표 사례에서 사기 혐의를 받는 업체로 추락한 개인 간 거래(P2P) 대출사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판매사로 알려진 증권사들 외에 농협은행도 관련 펀드를 판 것으로 확인됐다.

팝펀딩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상 대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모인 피해자 50여명은 팝펀딩 연계 펀드의 환매 중단을 ‘제2의 라임 사태’로 규정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부실한 금융 상품을 저위험 상품인 것처럼 판매한 점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닮았다는 주장이다. 백영수 대책위 대표는 “혼자 사는 92세 노인에게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5억원어치를 판매했다”며 “입금 계약 후에야 위험고지서나 투자자성향확인 등의 서류에 자필서명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투증권 등을 이르면 다음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팝펀딩은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업체의 재고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P2P 업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이 업체의 경기 파주 물류창고를 찾아 “동산(動産) 금융의 혁신 사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자비스자산운용·헤이스팅스자산운용 등은 팝펀딩의 대출 채권을 기반으로 사모펀드를 만들었고 2018년 3월부터 한투증권 분당 PB센터 등을 중심으로 약 1270억원어치(18개 펀드)가 팔렸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검사한 결과 팝펀딩이 자금을 돌려막거나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고 이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개인 투자자가 팝펀딩 연계 펀드에 투자한 자금은 총 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투증권 등 증권사 외에 농협은행도 80억원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개인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은퇴 전후의 50~60대이고 70대 이상 노인도 많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A(69)씨는 “팝펀딩 관련 펀드에 노후자금과 자녀 결혼 자금 등 15억여원을 투자했다”며 “GS·현대 등 4대 홈쇼핑 납품 업체 상품에 투자하고 투자액도 물건값(담보)의 40%로 정해놔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들어 큰돈을 넣었다”고 했다. 한투증권 측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20-06-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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