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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각 없애고 킥린이에 더 친절… K공유모델 오늘도 ‘씽씽’ 달린다

교통사각 없애고 킥린이에 더 친절… K공유모델 오늘도 ‘씽씽’ 달린다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0-06-14 17:54
업데이트 2020-06-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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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킥보드 ‘씽씽’ 이끄는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

# ‘킥보드 킬 더 자전거 스타’이다

“꽉 붙잡고 있지? 놓지 마. 놓으면 절대 안돼… 어, 어… 내가 달리고 있네!”

넘어질라 두 발 자전거 뒤를 꼭 잡았던 아빠가 슬쩍 손을 놓은 줄도 모르고 홀로 씽씽 달려 나가는 아이. ‘자전거 가르치기’는 ‘월급날 아버지가 사오신 소울푸드 치킨’과 견줄 만한 ‘한국식 서사’다. 지난 시절 고정적인 월급날이 있었던 아버지 숫자가 적었던 만큼 ‘월급날 치킨 경험’의 빈도가 많기 어렵단 통계 혹은 몇 차례의 반복 연습이 필요한 자전거 가르치기를 진득하게 수행하기엔 ‘아버지로서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비집지 못할 만큼 한 세대에 각인된 ‘집단기억’이었다. 집단기억을 몰아낸 건 시간이다. 몇 년 전부터 어린이집 옆에는 자전거가 아닌 킥보드가 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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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진 피유엠피 대표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
# 주변 모두가 안 말리는 사업… 그게 레드오션이다

도열한 킥보드에서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는 공유 킥보드 사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인 운송수단, 즉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수단으로 전동 킥보드의 비교 우위에 주목하던 중이었다. 공유 자전거와 다르게 공유 킥보드에는 전용 거치대가 필요 없다. 그만큼 주차 공간이 덜 필요하고, 보행자에게 불편이 되지 않도록 상황에 맞춰 주차를 시킬 여지가 크다. 킥보드를 못 타는 요즘 아이가 없을 정도로 몇 번의 연습을 거치면 누구든 탈 수 있고, 무엇보다 전동 기계이기 때문에 자전거보다 힘이 덜 든다.

윤 대표의 전망대로 공유 킥보드는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최근 안드로이드OS 사용자 집계 결과 공유 킥보드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수는 지난해 4월 3만 7294명에서 올해 4월 21만 4451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피유엠피의 ‘씽씽’이 약 6배에 달하는 성장 가도 위에 올랐다.

시작이 그저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윤 대표는 이미 2012년부터 맛집 배달·생활편의 서비스 앱인 ‘띵동’을 키워 온 허니비즈의 대표이기도 하다. 씽씽이 잘못되면 잃을 게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거기에 도로를 달리는 킥보드 사업엔 사고 부담이 있다. ‘사고라도 나면 망한다’부터 ‘외국계 공유 킥보드사와 경쟁이 버거울 것’이란 반대 의견을 윤 대표는 하나씩 설득해 냈다. 윤 대표는 “사업을 하겠다는데 100%가 찬성한다면, 사업 진출 적기를 놓친 것”이라면서 “주변 80~90%가 반대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즐겁다면 그 사업은 성공한다”고 자신했다.

# 기술의 변화를 바짝 좇는 게 민주적 제도의 최선이다

하지만 주변은 보통 다 이유가 있어서 말린다. 예컨대 사용자 증가에 더불어 전동 킥보드 사고는 꾸준히 늘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2017년 73건이던 전동 킥보드 사고가 2018년 57건, 지난해 117건이라고 밝혔다. 결국 행정안전부가 지난 9일 자전거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개정한 관련 법 개정안을 공포하는 등 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 개정안은 만 13세 이상, 면허 없이도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했다. 킥보드 기업들은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할 방안을 찾고 있다. 성인 이용자의 운전면허증 계속 인증, 방치된 킥보드가 보행이나 다른 차량 주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킥보드를 다 사용한 뒤 주차한 모습을 찍어두게 하는 방식 등을 윤 대표는 고민 중이다. 사고 난 뒤 제도 개선,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겠으나 공유 킥보드가 없는데 관련 규제부터 만드는 일이 가능했을까. 예상했던 돌발 상황을 하나씩 풀어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게 기업 성공의 조건이겠다.

# 스타트업은 K공유 모델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14일 현재 애플 앱스토어의 공유 킥보드 앱은 8개. 후발주자였던 씽씽은 운영대수 1위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이다. 띵동을 서비스하며 익힌 운영 능력이 씽씽 운영에 시너지가 됐다. 아, 윤 대표는 공유 보조 배터리 ‘아잉’을 서비스하는 ㈜자영업자도 운영 중이다. 씽씽, 띵동, 아잉… ‘사업 중독자’란 의심을 윤 대표는 부인했다. “성장성이 보였고, 그것을 주변에 합리적으로 설명할 자신이 있어 시작했고, 사업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팀과 이뤄낼 그다음 목표가 생겨 진력을 다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이어 “이미 너무 바쁘기 때문에 다른 사업을 더 손대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관심은 씽씽 덕에 교통 사각지대가 사라지는 ‘씽세권’을 더 찾고, 전동 킥보드 초심자인 ‘킥린이’들이 타는 법을 익힐 때까지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초기 사용자에게 쿠폰을 지급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 데 미쳐 있다. 씽씽이나 아잉이 세계 최초 서비스는 아니지만, 새로운 사용 문화는 한국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순한글 서비스명에 담았다.

# 좋은 사용자가 좋은 공유기업 서비스를 만든다

K공유 모델을 논하자면 코로나19 와중에 드러난 성숙한 시민문화 얘기를 빠뜨리면 안 된다. 해외에선 공유 킥보드를 사용한 뒤 강에 던지거나, 고가도로 위에 공유 자동차를 주차해 두는 악성 사용 사례가 꽤 있었다. 한국에서는? 탄천에서 건진 킥보드가 없지 않았고, 아파트 현관 안에 모셔둬 사유화한 신고 사례가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은 다음 사용자를 배려하는 모습이라며 윤 대표는 고마워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0-06-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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