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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언제 회생할지 몰라” “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회사 언제 회생할지 몰라” “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0-07-14 20:56
업데이트 2020-07-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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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 ‘완판’ 실패 대한항공·SK바이오팜 직원들 극과 극 표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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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완판’은 실패했습니다. 대한항공과 SK바이오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회사는 각각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에 앞서 직원들에게 주식을 일부 배정했는데요. 나름의 이유로 결국 배정된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실권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실권이지만 두 회사 직원들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왜일까요.

●대한항공 조합원들 배정 물량 68.7% 소화

경영난 극복을 위해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습니다. 발행 주식 7936만 5079주 가운데 7725만 8049주(97.35%)를 청약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는데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항공의 우울한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전체 주식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 물량이 1587만 3015주(20%)였으나 직원들이 실제로 청약한 물량은 1091만 75주(68.7%)에 그쳤습니다. 부족분은 지주사 한진칼이 대규모 초과 청약을 걸어서 메웠답니다.

대한항공을 둘러싼 냉정한 현실이 느껴지죠. 직원들조차 회사가 어마어마한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대한항공의 주식은 매력적이지 않은 거죠. 대한항공의 위기를 보여 주는 지표들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지난 1분기 -54.72%를 기록했습니다. 대한항공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강매’하지도 않는데 굳이 일반 직원들이 사비까지 털어서 매수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SK바이오팜 1인당 10억원대 과도한 배정

반면 최근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SK바이오팜도 우리사주 40% 실권이 나왔지만 직원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실권은 임직원 수가 207명으로 너무 적어 1인당 배정된 물량이 10억원 선으로 과도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돈만 있으면’ 더 샀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SK바이오팜 우리사주 청약 물량은 244만 6931주로 1인당 5억 8000만원 정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주가가 4배나 뛰었으니 20억원 정도의 차익을 실현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를 당장 현금화하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데 벌써부터 퇴사 절차를 밟는 직원이 나오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사주 실권’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대한항공과 SK바이오팜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은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씁쓸한 단면이라는 해석입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언제 회생할지 모르는 항공산업의 우울한 분위기와 앞날이 창창한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었던 거죠. 대한항공은 코로나 이전 최근까지도 ‘대학생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꼽을 때 늘 상위 10곳에 들었던 곳입니다. 코로나가 걷히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0-07-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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