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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는 뛰는데… 총수 공백 삼성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흔들

경쟁사는 뛰는데… 총수 공백 삼성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흔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1-01-20 21:54
업데이트 2021-01-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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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 차질
‘파운드리 강자’ 대만 TSMC와 격차 커져
전문 경영인들이 투자 확대 결정 어려워
1위 메모리 반도체까지 경쟁력 약화 우려
“투자 적기 놓치면 5년 뒤 기회 손실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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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반도체 강자’ 삼성에 암운이 드리우게 됐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시에 결단을 내릴 총수의 부재로 삼성이 내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현재 1위로 수성 중인 메모리 반도체까지 경쟁력이 약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걷히면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 올해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 나올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1년 6개월간의 ‘옥중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빠른 공정 구축, 설계 대응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관건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TSMC는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고 독주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원)에 이르는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한 TSMC는 이 가운데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미터)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TSMC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삼성과 경쟁하는 5나노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애플,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의 물량을 대거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사인 TSMC와 2위사인 삼성전자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TSMC 점유율은 52.7%로 전 분기(50.5%)보다 더 올라간 반면 삼성전자는 3분기 18.5%에서 4분기 17.8%로 떨어졌다고 전망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는 “올해부터 반도체 슈퍼 호황기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지금 투자 적기를 놓치면 그 기회 손실의 파장이 5~10년 뒤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유럽 출장을 강행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확장도 가능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 있는 파운드리 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독점 생산업체(ASML)를 찾아 최고경영진과 긴밀하게 논의하는 등 발로 뛰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액은 28조 9000억원으로 대부분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투자액이 올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D램, 낸드, 시스템 반도체 전체적으로 최소 33조원 이상, 시스템 반도체만 10조~11조원 투자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미 세워진 전략 아래 전문경영인들이 투자와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지만 올해는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TSMC에 대응할 전략적인 포지셔닝이 중요한 시점인데 이는 이 부회장이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21-01-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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