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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특정 않고 조사 기간 늘리고 툭하면 형사처벌한다고 겁줘요”

“혐의 특정 않고 조사 기간 늘리고 툭하면 형사처벌한다고 겁줘요”

명희진 기자
명희진, 심현희 기자
입력 2022-06-15 20:34
업데이트 2022-06-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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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밀어붙이기’식 조사에 기업들 하소연

‘억울하면 소송해라’ 고압적
사실관계 소명 기회도 차단

공정위 출신 로펌 포진 소송
개별 산업 전문성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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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겁을 잔뜩 줍니다. 여기에 조사 기간도 그들 편의상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데, 자료를 안 내주고 버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기업은 일단 젖은 낙엽처럼 엎드릴 뿐이죠.” (익명을 요구한 A기업 관계자)

가격 담합을 이유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료 업체 11곳이 실제 담합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15일 관련 기업들이 공정위의 ‘밀어붙이기’식 조사 방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들은 법원의 ‘무혐의’ 처분에도 그동안 들인 비용과 인력 손실, 이미지 훼손이 상당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사료 업계 관계자는 “7년이란 세월에 걸쳐 혐의를 벗었지만 ‘담합으로 농가의 고혈을 빨아먹었다’는 오해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면서 “잘못이 없는데도 공정위가 공치사를 위해 밀어붙이기식 조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 방식이 피심의인인 기업의 기본적인 방어권조차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B기업 관계자는 “기업 동의를 얻는 임의조사 방식이긴 하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나 이행 강제금 등을 부과하는 건 사실상 강제 조사”라면서 “조사에 들어가면 공정위 출입 기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공정위로부터 압박이 들어오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가 억울하면 ‘행정소송’을 하라는 공정위의 고압적인 태도도 언급됐다. D기업 관계자는 “현직 공정위 직원의 성과가 기업들에 징수하는 과징금 금액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조건 높은 과징금을 때리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정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하는 기업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서로 ‘한 식구’로 여기는 공정위 전·현직 직원들의 생존을 위한 결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잦은 행정소송이 ‘해결사’로서 공정위 출신 공무원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 로펌엔 공정위 출신 직원들이 행정소송 전담 컨설턴트로 포진돼 있어 자연스레 이들 로펌을 고용하게 된다”면서 “문제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들여 승소한다 해도 그동안 든 시간과 비용, 실추된 이미지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 가격 담합으로 조사를 받은 한 육계 업체 관계자는 “닭고기 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아 정부가 계열화 사업자를 통해 수급 조절 정책을 수립·실행하고 승인해 왔다”면서 “산업의 특성상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도 공정위는 ‘가격 담합’이라는 결론을 정해 두고 엉뚱한 법규를 끌어와 고발했다”고 했다. 그는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어도 이런 억지 조사를 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희진 기자
심현희 기자
2022-06-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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