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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0.2%P 낮춰 잡은 정부… 기업에 ‘투자 감세’ 러브콜

성장률 0.2%P 낮춰 잡은 정부… 기업에 ‘투자 감세’ 러브콜

이두걸 기자
이두걸, 하종훈 기자
입력 2019-07-03 22:42
업데이트 2019-07-0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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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혜택 늘리고 성장률은 하향조정

법인세 인하 빼고 세제 카드 다 내놨지만
기업 투자 유도할 방향 없이 세금 감면만
“공유경제·의료 등 규제 대못부터 뽑아야 ”
“최저임금 등 노동비 상쇄할 인센티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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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홍남기(왼쪽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3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기업들이 첨단시설에 투자한 만큼 세금을 깎아 주는 세액공제를 대폭 늘리고, 투자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가속상각 제도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게 뼈대다. 투자한 기업에는 사실상 ‘감세 정책’을 시행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로서는 세제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 등을 빼놓고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 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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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를 기록하는 ‘역성장 쇼크’가 발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설비투자가 전 분기보다 무려 10.8%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건설투자도 -0.1%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출이 7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대외 여건 역시 나쁘지만 우리가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GDP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2.6~2.7%에서 0.2% 포인트 낮춰 잡은 것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다.

더구나 투자는 고용 확대와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 특히 설비투자 중 대기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이 브리핑에서 “당장 투자 부진을 만회할 수단은 세제밖에 없었다.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이 준비하던 투자조차 뒤로 미루는데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세제지원을 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기업들에 ‘투자를 늘려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정경제 등 대기업을 압박하던 기존의 스탠스에서 ‘친기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를 이끌어 낼 방향 제시는 빠진 채 투자 결정의 부수적인 요인인 세금 감면만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의 상당수는 이미 해외로 나간 데다 세금을 깎아 준다고 해서 안 하던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서 “가속상각 제도의 한시적 적용도 나중에 할 투자를 미리 앞당기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나 의료 등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분야의 ‘대못 뽑기’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줘야 투자가 함께 수반될 수 있다”면서 “원격의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규제를 허무는 작업이 포함돼야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한테 ‘투자를 늘려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갈등 조정과 보상 등을 통해 ‘대못’부터 뽑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투자 부진은 노동비용의 급증과 관련이 깊다”면서 “규제 완화와 더불어 증가한 노동비용을 상쇄할 만한 세제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를 늘리려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손쉬운 대책을 반복하는 대신 소비 성향이 높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지출 부담을 줄여 주고 복지 확대 등으로 간접 소득을 늘려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9-07-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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