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은 주가 싸니까 ‘사자’ vs 기관은 펀드환매에 ‘팔자’

3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국내 기관 투자자의 매매 행태가 극명히 엇갈렸다.

외국인 순매수액과 기관 순매도액이 각각 2조7천억원대로 엇비슷했을뿐 아니라 매매 업종을 봐도 국내 기관이 쏟아낸 매물을 외국인이 쓸어담는 외형을 보여서다.

이런 기관의 순매도,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각각 17개월,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의 ‘사자’는 양적완화로 넘쳐나는 유럽계 자금이 밀려든데 따른 것으로, 기관의 ‘팔자’는 코스피 2,000선 회복과 맞물려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기관은 2조7천3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의 월간 순매도액으로는 2013년 10월(-3조7천976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같은 기간 2조7천73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작년 7월 (4조701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이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약 1조3천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 부서장은 “3월 아시아에서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최선호 시장이었다”며 “그간 글로벌 증시의 상승랠리에서 한국 증시가 소외된데 따른 가격 장점, 부담없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주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린 한국은행의 결정, 주택시장의 반등 움직임에도 외국인이 주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25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0억7천만달러로,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 7개국 증시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기간 대만에서는 4억달러 넘게 순유출됐다.

무엇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풍년’에 한국 증시가 톡톡히 수혜를 보는 양상이다. 싸게 빌린 유로화를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퍼나르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늘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반면에 기관의 ‘팔자’에는 코스피 2,000선 회복과 함께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이어지고 기관들도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펀드 환매 물량이 나오는 창구인 투신(자산운용사)은 3월에 1조9천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된 업종은 정보통신(IT)으로 이달 6천81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경기소비재(6천585억원), 산업재(3천242억원), 통신서비스(1천766억원), 유틸리티(1천745억원) 등을 매집했다.

외국인은 금융(-868억원)과 의료(-851억원) 업종만 순매도했다.

반면에 기관은 의료(1천268억원)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팔자’ 우위였다.

경기소비재(-7천467억원), 에너지(-3천174억원), 통신서비스(-2천629억원), 필수소비재(-2천51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경기소비재와 IT를 포함해 고르게 매수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