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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무선인식 구명조끼/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선인식 구명조끼/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3-30 00:00
업데이트 2010-03-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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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의 착용은 인간이 수영을 시작한 시기와 비슷하다. 3000~4000년 전 고대 아시리아 제국에서는 병사들에게 산양 가죽에 공기를 넣은 주머니를 지급했다고 전한다. ‘무스크스’라고 불리는 이 바람주머니는 바다에서 수영을 돕고 조난 당했을 때 생명을 구하는 도구였다고 하니 오늘날 구명조끼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첨단시대인 지금도 일반 여객기나 여객선은 무스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명조끼를 사용하고 있다. 안전성이 크게 높아지긴 했으나 신체를 물에 뜨게 하는 단순기능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구조대가 조난자를 찾아내 구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원시적인 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난에 노출되기 쉬운 특수직종이나 군대, 경찰 등에서 최첨단 구명조끼를 사용하고 있다. 조난자의 위치를 전파나 빛으로 발신하고 저체온을 방지하기 위한 발열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6년 물과 반응하는 발열물질을 내장한 구명조끼가 발명특허를 받았다. 그 이듬해엔 조난신호를 불빛으로 보낼 수 있는 제품이, 2008년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부착 구명조끼를 발명하는 등 다양한 제품이 상용화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무선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구명조끼다. 반경 12㎞ 이내에 있는 조난자가 구명조끼에 부착된 개인용 조난신호 발신기로 구조요청을 보내면 함정의 수신 화면에 조난자의 위치는 물론이고 인적사항까지 표시된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조난자의 위치만 확인하면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고 구조확률도 상당히 높아진다. 문제는 돈이다. 한 벌 가격이 15만원 정도란다. 하지만 유사시 조난자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여긴다면 별로 비싼 가격은 아니다.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해군 장병들이 실종됐다. 구조활동은 닷새째 답보상태다. 이들에게 무선인식 구명조끼만 지급했어도 구조는 용이했을 것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해군이 2년 전 이 조끼의 성능을 시험했으며, 지난 1월엔 본격 도입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산문제로 도입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를 당하고 보니 후회막급이다. 함정 승조원 1만명에게 지급해도 15억원이면 충분했을 터이다. 미군은 대부분 이 구명조끼를 착용한다는데, 이것이 국군과 미군의 인식 차이라면 서글픈 일이다. 정예강군은 장병의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또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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