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영선 경제프리즘] 대통령 단임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이영선 경제프리즘] 대통령 단임제 이제는 바꿔야 한다

입력 2010-07-14 00:00
업데이트 2010-07-14 00: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치는 왜 필요한가? 국민들의 삶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백성들의 삶에 도움을 준 성군보다는 폭군들이 더 많다. 백성들은 왜 폭군들에게 그렇게 오래 시달리면서도 왕정제도를 뒤엎지 않았을까? 아마도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폭군이나 탐관오리들은 외적이나 내부 도적과 마찬가지로 백성들을 수탈해 가니 백성들에게는 도적이나 다를 바 없었으나, 그래도 그들은 백성들이 목숨은 부지하고 살 수는 있게 해주었으니 폭정이나마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이영선 한림대 총장
이영선 한림대 총장
옛날의 큰 도적은 두 개의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말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휩쓸고 다니는 마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을 뒷산에 산채를 짓고 필요할 때마다 아랫마을에서 도적질해가는 산적이다. 이 두 도적 중 누가 더 잔인할까? 당연히 마적이다. 마적은 한 번 지나간 마을에 다시 올 일이 없다. 마을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 약탈해 가면 그뿐이다.

산적은 그렇지 않다. 산적은 내년에 또 같은 마을에 와서 약탈해 가려면 마을 사람들이 다음해에 다시 농사 지을 수 있게끔 최소한의 식량과 씨종자는 남겨 주어야 한다. 좀 심한 비유이지만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을 제외한 임금들은 산적 두목이나 다름없었다. 백성의 입장에서 보면 산적이나마 있어서 외부의 도적을 막아 주고 내년 농사도 지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왕정을 뒤집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화가 되면서 국민들은 그들의 삶의 안녕과 복지를 향상시켜 달라고 자발적으로 위정자를 선출하고 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위정자가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면 폭군으로 변할 우려가 있어 그의 임기를 제한하였다.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는 4년 중임제가 보편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5년 단임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피해가 너무 커서 아예 한 번의 임기로 제한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단임제의 피해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적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잔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한 번의 임기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들의 장기적인 복리를 등한시할 위험성이 있다.

단임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요란한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임기 내에 자신의 정책 결과를 보아야 하고 또 조금 시간을 지체하면 곧 레임 덕 현상이 일어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기보다는 5년 정도의 주기로 사이클을 이룬다. 정권 초기에 급격한 재정지출과 조급한 정책 분위기가 경제를 부양시키는 듯하지만, 조금 지나면 정책의 혼돈과 불안정이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한다. 지금껏 5년 단임제 대통령들의 말기에는 항상 우리 경제가 침체 내지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집권한 대통령이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다시금 재신임을 얻을 기회를 주는 것이 국민의 복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당제도가 있으니 집권정당이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당보다는 사람 중심의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단임제의 경우 같은 정당 내에서 새로운 미래 세력이 형성되어 현 집권자를 일찍 레임 덕으로 만들 수 있어 5년 단임제의 불안정성을 피할 길이 없다.

정치제도는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의 5년 단임제는 정치인들이 서로 돌아가며 정권을 잡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면이 있다. 그간 단임제의 폐해가 인식되어 왔고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 역시 논의돼 왔으나 항상 대통령 임기말에 이 논의가 시작되었고 또 새로운 미래 권력은 우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에 집중하게 되어 개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작업을 시급히 착수해야 할 것이다.
2010-07-14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