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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개편안 문제점 진단 전문가 좌담

행시개편안 문제점 진단 전문가 좌담

입력 2010-09-14 00:00
업데이트 2010-09-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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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채 용어 없애고 최소한의 필기시험 도입을”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5급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이 외교통상부 특채 비리와 맞물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지난 9일 당정협의에선 행정고시 선발인원을 기존 300명 선을 유지하고, ‘특채’는 행정안전부가 통합관리하는 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울신문은 13일 공직 채용 선진화 방안 주무부서인 행안부 김동극 인력개발관, 김태룡(한국행정학회장) 상지대 교수, 권경득(한국인사행정학회장) 선문대 교수와 함께 행시 개편안 긴급점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행시 개편안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필요한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오해의 소지가 있는 특채 용어를 없애는 한편 공정성 시비를 줄이기 위해 수험생 부담이 늘지 않는 선에서 필기시험 도입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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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편집국 인터뷰실에서 13일 열린 행시개편안 관련 좌담회에 앞서 참가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경득 선문대교수,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관, 김태룡 상지대교수.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서울신문 편집국 인터뷰실에서 13일 열린 행시개편안 관련 좌담회에 앞서 참가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경득 선문대교수,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관, 김태룡 상지대교수.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김태룡 교수(이하 김 교수)

‘행시 선발인원 현행선 유지’라는 당정협의 결과가 나왔다. 차후 공청회를 하면서 여론 수렴 과정도 거치겠지만 국민이 특채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는 안이 아닌가 한다.

●김동극 인력개발관(이하 김 인력개발관)

채용 기준의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권경득 교수(이하 권 교수)

하지만 정부 기능이 다양화하면 장기적으로 관련 전문가를 맞춤형으로 채용하는 방식의 특채비율이 늘어난다. 문제는 어느 분야 인력을 얼마만큼 뽑을 것인가이다. 부처마다 수요조사를 하겠지만 중앙인사관장 기관에서 정부 수요 변화에 따른 체계적 인력관리를 해야 한다. 이때 관건은 채용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다.

●김 인력개발관

현재 특채 시스템에선 객관성·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이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했다. 공채를 전제로 하되 특채로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기본적으로 특채가 ‘특혜’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 특채의 공정성·객관성 보장을 위해 행안부가 각 부처 특채를 통합관리하겠다는 안을 선진화 방안에 넣었고, 시험관리 기관도 설립하기로 했는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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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득 인사행정학회장 -선문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공공행정학회 회장 -미국 애크런대 박사
권경득 인사행정학회장
-선문대 행정학과 교수
-전 한국공공행정학회 회장
-미국 애크런대 박사
●김 교수


특채에서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 정치·행정 문화에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거친 적이 거의 없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홍보의 문제를 비롯해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국민적 이해가 부족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공정성을 판가름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면 ‘최소한의 수용의 범위’인데 이 점에서 이번에 국민의 반대가 높지 않았나 싶다.

●권 교수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선진화방안 중 행안부 일괄 채용안은 일반적 트렌드에 반한다. 정부의 경쟁력,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각 부처가 적시에 인재를 채용하는 탄력적 시스템으로 분권화되고 있는데 그게 위축될 수 있다. 행안부 인사실의 주요 기능은 각 부처의 채용과정상 기술적 조언, 자문 부문과 감사다. 이 기능이 계속 위축돼 왔다. 중앙인사 관장 기능이 이번을 계기로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 인력개발관

사실상 2005년부터 특채는 각 부처가 맡았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났는데 하나는 외교부 비리처럼 특혜로 흘러갈 소지, 두 번째는 욕 안 먹을 사람 대충 고르려는 보신주의다.

두 번째 결과로 부처 대부분이 변호사, 기술사 같은 자격증 소지자 또는 박사 학위자 뽑으려고 한다. 지난해 채용된 특채 102명 중 89명이 박사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민간인력을 수혈하려는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박람회 식으로 바꿔 부처 자율성과 통합 관리의 공정성 측면 양자를 조율해 특채를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각 부처에 특채를 맡기는 게 문제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엔 넘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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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룡 행정학회장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 -전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공동대표 -서울대 박사
김태룡 행정학회장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
-전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공동대표
-서울대 박사
문제는 면접기법이 아니라 면접위원을 얼마나 공정하게 선정하고 공정하게 면접을 치르느냐이다. 전문성 있는 위원을 양성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공무원 채용 면접의 두 축은 5급 행시 면접에 쓰이는 역량면접과 고위공무원단 대상 역량평가인데 둘 다 타당성이 매우 높다.

●권 교수

면접은 기본적으로 타당성이 높다. 제도 자체나 기법상 문제보다 운영의 문제다. 염려되는 건 행안부가 모든 부처의 일괄채용을 관장하게 되면 외부 정치적 역량을 배제할 만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 교수

자꾸 면접시험만 강조되는데 지원자가 공적 업무 수행의 적임자인지 판가름할 최소한의 필기시험은 쳐야 되지 않을까. 서류심사도 단순 이력서 말고 지원자가 살아온 방식, 어떤 성취를 하고 어떤 실패를 했는지 다양하게 묻는 심사체계를 만들어서 걸러야 한다. 그 다음에 최종단계로 심층면접을 통해 뽑으면 특채 객관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정실 개입 여부’다. 면접위원을 풀에서 무작위로 뽑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공정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겠는가. 채용의 부처별 분권화로 가려면 부처별로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차제에 행안부가 시간을 갖고 부처마다 채용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주고 공정성을 담보토록 노력하면 지금 같은 혼란은 곧 해소되리라고 본다. 결국 행안부가 각 부처의 인사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김 인력개발관

특채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5급 공채 면접에서 30%가 탈락한다. 면접도 블라인드 방식이라 청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서류전형도 김 교수님 말씀대로 자세히 받을 계획이다. 공직자 기본소양 테스트 부분은 여론 수렴을 거치며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필기시험이 수험생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형태라면 우수인력 유치에 지장이 있으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권 교수

행정이 다양화·전문화될수록 맞춤형 인재를 적기에 뽑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이 인사전담기구 설치다. 체계적인 공무원 인사 시스템 정착을 위해 각 부처에 인사 전담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중앙인사 관장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부처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채란 명칭에 대한 느낌도 부정적이다. 5급 특채로 들어온 이후엔 일반 공무원처럼 순환보직하지 않고 전문가풀에 계속 남는지도 궁금하다.

●김 인력개발관

당정협의 때도 명칭 문제가 거론됐는데 적당한 명칭으로 바꾸려고 검토 중이다. 당초 특채 제도 도입 땐 ‘경쟁’의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제한경쟁이다. 경쟁을 시키되 요건에 맞는 자격자가 지원할 수 있다. 사실상 공채와 특채 구별이 크지 않게 된 셈이다.

●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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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
특채 원래 취지가 공채로 뽑기 어려운 분야가 대상인데 순환보직시킨다는 건 취지에 조금 반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 인력개발관

전문직계제도로 가야 한다. 과학 연구 파트라면 그 직계대로 계급제와 별도로 자리는 안 바뀌어도 보수는 승진체계처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타 경우엔 과장급 이상은 오히려 우수인력 채용에 제한적 요소가 된다고 본다. T자형 인사관리로 중간관리층까진 특채 라인대로 하고 이후 순환보직으로 승진체계를 갖추는 게 맞다.

●김 교수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전문직 특채를 늘리자는 방안도 직위분류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고공단은 모든 부처를 종횡으로 왔다 갔다 하니 정무적 성격으로 보고 그 이하는 직렬을 유지해 주는 게 전문가 특채 취지에 맞다. 전문가와 일반직 비율을 3대7 정도로 하면 적절하지 않겠나.

●권 교수

전문가로 특채된 분들이 공직 헌신도나 업무 몰입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부정적으로 보면 공채와 특채 기수 간 대립구도가 생길 수도 있다. 보완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김 교수

기존 공무원제의 순기능적 측면에도 눈을 떠야 한다. 산불이 나면 기업에서 과연 끄러 오겠는가. 우리는 소방서는 물론 면사무소 직원까지 나선다. 한국 공무원에겐 외국 공무원에게 요구되지 않는 덕목, 역할도 참 많다. 기존 공무원 채용제의 부정적 측면만 내세울 게 아니라 보완하는 측면에서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다.

●권 교수

결국 공무원 채용제도는 다양성을 통한 전문성 제고가 맞다. 힘들여 뽑은 인재를 전문가로 육성, 관리하는 공직 내 경력개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 인력개발관

일반행정가로서 동시에 전문성도 필요하니 특채로 보완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제 공무원은 스페셜리스트(전문가)인 동시에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채용은 물론 경력개발, 정책역량 배양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보완하겠다. 시험관리 전문기관은 새로 법을 만드는 대로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

진행 전경하·정리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0-09-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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