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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전세난민/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세난민/박홍기 논설위원

입력 2011-01-27 00:00
업데이트 2011-01-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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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자못 심각하다. 새해 들어서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매서운 한파에 집 없는 서민들의 가슴은 시리기만 하다. 서러움을 넘어 고통 수준이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선 전세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방도 들썩거리긴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전국의 평균 전셋값은 93주나 연속으로 올랐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 1년 동안 평균 8.2% 뛰었다. 강남·광진·영등포구의 상승률은 10%를 넘는다.

전셋값 폭등은 생활의 터전마저 흔들고 있다. 서민·중산층이 선호하는 중소형 전셋집이 동나자 대형 주택으로까지 전세난이 번질 조짐이라고 한다. 아파트 전세 부족은 오피스텔까지 덩달아 띄우는 실정이다. 따라서 서울 도심에서 생활하던 전세 입주자는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자녀의 전학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불거지는 이른바 ‘풍선효과’다.

최근 ‘전세난민(難民)’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난민은 흔히 생활이나 전쟁·천재지변 등으로 곤궁에 빠진 이재민을 일컫는다. 전세난민은 정착할 전셋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인 셈이다. 전세라는 독특한 주택임대방식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만큼 ‘한국적’인 현상이다. 실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과 전화통에 매달려 전세 전쟁을 벌이는 세입자들도 적지 않다.

전셋값의 폭등은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다. 2008년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공급을 크게 줄인 탓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했다. 소형 아파트 공급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10년 전 중·대형 아파트 공급량의 두배에 이르던 소형 아파트는 지난해에는 4분의1가량으로 줄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집 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는가 하면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값싼 주택을 노리는 관망세도 요인이다.

물론 원인을 해소하면 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지난 13일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언론 때문에 냈다.”고 했을까. 그럼에도 정부는 누구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미국이 채택한 ‘월세 안정화법’ 즉, ‘전셋값 인상 상한제’와 같은 대책도 고려해 봄직하다. 전세난민 문제는 서민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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