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영 정치부 기자
우리 측은 백두산의 지질, 지온은 어떤지, 온천활동은 활발한지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런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북한에 많이 있다는 답만 들었다. 다음 회의에서 이런 자료들을 가지고 나올는지 모르겠다. 대표단과 정부의 설명만 들어서는 과연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회의에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회의 내용뿐만 아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이 회의를 전문가 회의라고 규정하면서 통일부 개입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회의는 사실상 정부 통제하에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표단은 언론의 취재에 약속이나 한 듯 일절 접촉을 거부했다. 회의 후 브리핑도 쫓기듯 20여분 만에 끝낸 뒤 정부 당국자들에 둘러싸여 정부가 제공한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학계 일각에서는 “대표단에 화산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표단 구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교수들의 이력이나 연구 실적에 대해 정부는 답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 회의를 “당국이 주선한 민간 회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남북관계가 발목 잡힌 상황에서 전문가 회의라는 묘안을 내놓았다. 백두산 화산은 전문적인 내용인 만큼 당국 간 회담보다는 전문가 차원의 회의가 적절하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양측이 공동 연구에 공감하고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다른 남북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가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잘 진전되면 당국 간 회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를 고집하다 고작 전문가 회의에 남북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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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