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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밴드음악의 부활을 기대한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밴드음악의 부활을 기대한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1-05-19 00:00
업데이트 2011-05-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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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가수의 노래를 TV에서 보는 것과 공연장에서 대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축구 경기를 TV 중계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과의 차이로 설명한다면 좀 이해가 쉬울 것이다. TV 중계는 공을 드리블하는 선수 중심으로 화면을 잡는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TV를 통해서는 결코 볼 수 없다.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부딪침을 볼 수 없으니 오밀조밀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간파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열광적인 분위기를 체험하기 힘들다.

라이브 공연도 마찬가지다. TV를 통한 가요 프로그램 시청은 어쩔 수 없이 가창자 중심으로 클로즈업된다. 가수의 표정과 가창력 이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주자들의 격정적인 연주도 필요 없게 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면 무대 위의 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반주 음악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개 남지 않은 라이브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사운드를 고집하는 시청자들은 음악을 듣는 귀가 그만큼 상향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가수다’를 현장에서 볼 수 없느냐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TV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감동은 가창자를 빛나게 하는 편곡과 연주력이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나는 가수다’ 진행 방식에 대한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수다’를 애청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은 내로라하는 가창자들이 그간 자신들이 애창해 왔던 히트곡을 또 다른 방식의 편곡으로 절창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우러짐에서 오는 감동은 형언하기 어렵다. 가창과 연주가 어우러졌을 때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아이돌 그룹이 시장을 잠식하던 때가 엊그제였다. 장르의 다양성이 토착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는 과도기지만 이러한 기성 가수들의 음악 향연이 시장의 또 다른 돌파구를 뚫을 수 있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아이돌 그룹 시장이 득세하던 음악 시장은 신인 발굴 프로그램과 기성 가수들이 주축이 된 음악 프로그램으로 그 기류가 바뀌어가고 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건 록 중심의 밴드 음악이 여전히 뒷전이라는 점이었다.

1980~90년대 융성했던 밴드 음악이 2000년대 이후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비주얼 중심의 장르 편향을 조성한 미디어의 상업성도 한몫 했다. 밴드 음악이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출중한 연주자들의 배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밴드 음악이 활황이었을 때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연주자들이 배출되었다. 그것은 음악산업적으로 큰 힘이 되었던, 부정할 수 없는 역사다.

그러한 밴드 음악에 대한 아쉬움들이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다음 달 초 한 공중파 TV에서 아마추어 밴드들의 대축제가 벌어진다. 그간 우리 대중음악사에 유례가 없었던 대규모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서바이벌 TOP 밴드’가 가세함으로써 장르 간의 균형을 더욱 갖추게 되었다. 밴드의 음악적 열정과 진정성을 기치로 내건 이 프로그램은 보컬 위주의 음악 트렌드를 바꾸겠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음악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음악 코치제를 채택한 ‘서바이벌 TOP 밴드’는 백두산, 신대철, 정원영, 체리필터 등이 가세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음악의 열정을 담은 리얼리티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자부했다.

이제 음악시장은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외형적으로는 장르 간의 다양성이 담보되는 추세다. 자리를 잡았다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음악을 듣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더욱 풍요로운 선택권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우리 대중음악 수용자의 음악듣기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간 만끽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을 통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다면 우리 음악 시장의 미래도 새로운 출구가 열릴 것이다. 그것이 기대가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2011-05-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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