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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돈 주고 사는’ 폐기물의 정체성/박준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돈 주고 사는’ 폐기물의 정체성/박준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1-09-21 00:00
업데이트 201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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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난이 심각해지면서 폐기물에서 유용한 자원을 추출해 내는 도시광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에 부존된 자원량보다 우리의 생활공간에 버려져 있는 폐기물 속에 부존된 자원이 더 많다는 것이다. 천연자원의 고갈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폐기물을 선별하는 비용을 내고도 남는 것이 재활용사업이 되었다. 과거에는 돈 주고 버리던 많은 폐기물이 돈 주고 사가는 자원이 되었다. 이제는 모든 폐기물이 잠재적 원료로 사용된다. 폐기물을 버려지는 쓸모없는 것으로 보지 않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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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박준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폐기물 자원화의 첨병에 서 있는 기업들을 국가가 지원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견은 없다. 그러나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재생원료로 이용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일정한 원칙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 그 원칙은 무엇보다도 폐기물을 국가가 관리하는 이유와 목적에 맞도록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가 어떠한 물건을 폐기물로 분류하는 것은 그 물건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관리는 폐기물을 취급하는 모든 행위자가 하여야 할 일이다. 이러한 자율적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국가가 이를 강제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폐기물로 분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돈을 주고 사는 폐기물은 이제는 폐기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폐기물을 사들이는 사람은 그 물건이 ‘폐기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새로운 원료라도 그 원료를 가지고 상품을 만드는 비용이 상품가치보다 낮으면 사지 않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설사 폐기물이라도 소위 돈이 되기 때문에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자들이 자신이 내는 비용 속에 환경비용(필요로 하는 물질 이외의 잔재물을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비용보다 많은 것이지 환경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가 돈을 주고 산다고 해서 폐기물의 속성, 즉 ‘폐기물의 정체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폐기물 중에서 환경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들, 특히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폐기물의 경우 사회적으도 편익이 환경비용을 포함한 비용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폐기물은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여도 자율적으로 환경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사업에 대해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규제 완화가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폐기물이 자원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도 폐기물 관리는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폐기물의 재이용은 종류별로 그 편익과 비용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어떤 유용한 것이라도 관리대상 폐기물에서 제외되기 전까지는 폐기물이고, 배출·수집·가공의 모든 과정이 국가의 관리 하에 놓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염된 환경의 복원비용이 폐기물 자원화에서 얻어지는 편익의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원난이 아무리 심각하여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1-09-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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