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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권력자의 여동생/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권력자의 여동생/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12-26 00:00
업데이트 201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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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에서 이탈리아 출신 미국 마피아 돈 콜레오네 일가가 붕괴 위기를 맞게된 계기는 다름 아닌 가족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콜레오네의 큰아들 소니가, 여동생 코니가 남편한테 매를 맞자, 그를 패주면서 집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남한테 혼이 나자 앙심을 품은 코니의 남편은 결국 처남을 죽이고 콜레오네 일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소니처럼 대부분의 오빠는 시집 간 여동생일지라도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을 결코 눈감지 못하는 존재다.

가족관계를 보면 남자 형제들 간에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과 견제, 알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나든 여동생이든 남매들은 좀 다른 것 같다. 사랑과 헌신이 오고 가는, 협력이 가능한 관계가 남매지간이다. 특히 오빠 입장에서 여동생은 각별한 사랑의 대상이다. 여동생 입장에서는 동요 ‘오빠 생각’의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의 가사처럼 오빠는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는 의지처다.

심리학적으로 여동생은 오빠에게 일종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듯이 아버지를 잃은 여동생의 경우 아버지를 향한 끝없는 사랑이 오빠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도 부친이 죽자 오빠인 니체에게 집착했다고 한다.

정상에 선 ‘최고의 오빠’들 역시 비슷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리셉션에서 울먹였다. 바로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랬다. 한부모 밑에 자란 오누이간의 애틋한 정이 없더라면 연출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쿠데타로 쫓겨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던 탁신 전 태국 총리는 지난 8월 여동생 잉락을 태국의 첫 여성 총리로 등극시켰다. 9남매 중 막내 여동생인 잉락을 내세운 것은 평소 ‘나의 클론’이라며 아낀 것도 있겠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오빠의 의도도 있을 것이다.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빈소에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김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형제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이 보이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생전에 여동생 김경희에게 중책을 맡긴 것을 떠오르게 한다. 평소 김경희는 술에 취하면 오빠 김정일에게 뽀뽀할 정도로 허물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와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들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여동생에게는 관대한 것 같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1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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