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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스칸디 대디/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칸디 대디/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3-28 00:00
업데이트 2012-03-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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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할 근(勤), 검소할 검(儉),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더 나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두 아들인 학연과 학유에게 편지를 보냈다. “내가 벼슬해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를 장만하지 못했으나 이 두 글자를 정신적 부적(符籍)으로 마음에 지녀 살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아들들에게 가르쳤다.

다산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버지로서 자식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지침을 일일이 제시하고자 했다. 어찌나 자식들 교육에 신경을 썼는지는 아내가 보낸 빛 바랜 치마폭을 잘라 4첩의 서책 ‘하피첩’(霞皮帖)을 만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아들들에게 필요한 훈계와 당부를 적어 보냈다. 시집 가는 딸에게는 치마 한 폭에 ‘매조도’를 그려 보내기도 했다. 다산의 애틋하고도 속 깊은 부정(父情)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하겠다.

자녀 양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 자식을 가르치는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즘 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딸바보’ 아빠들이 전 세계 각지에 넘쳐나는 것을 보면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어머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딸을 가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만 봐도 그렇다. 2009년 눈이 많이 내려 학교가 문을 닫자 그는 이 정도 눈에 문을 닫느냐고 학교 당국자들을 힐책하고 다음 날 둘째 딸이 다니는 학교까지 방문한, 교육열에 불타는 아빠다. 지난해 말에는 딸들에게 페이스북 금지령을 내려 “딸들의 아빠인 오바마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딸들이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사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게 이유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부모들 사이에 ‘스칸디나비아식 자녀 양육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아시아식의 엄격한 자녀 교육을 하는 ‘타이거 맘’(호랑이 엄마)은 이제 지고, 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스칸디 대디’(스칸디나비아 아빠)가 뜨고 있다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식 양육법의 핵심은 바로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다. 부모가 가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들의 양육법 10가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부모가 자녀를 위한다고 해도 나머지 가족이 아이에게 맞춰 주는 방식은 안 된다.’는 지적이다. 매사에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가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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