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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학생들의 학교/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학생들의 학교/주원규 소설가

입력 2012-05-24 00:00
업데이트 2012-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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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의 제목은 상식적이다. 너무 당연해서 싱거운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마땅히 학교는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학생이란 구성원이 없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용하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행정관계자들, 학교 재단 등등. 그 모든 구성원들 역시 학생이란 구성원을 배제하고선 존립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당연히 학교는 학생들의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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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소설가
주원규 소설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에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이 없다 보니 선생님의 존재감도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 이 무슨 말인가. 베이비 붐 세대가 지나고 핵가족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수 감소를 말하는 건가. 그게 아니다. 여전히 한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사 한 명 대비 학생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인구의 급감 때문에 학교에 학생이 없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이 없다는 필자의 주장은 유효할뿐더러 심각하기까지 하다. 학교에 학생이 없다는 것, 이 말은 학생다운 학생이 부재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은 공부를 하고자 학교에 간다. 그런데 오늘, 이들의 공부가 수상하다. 자고로 공부란 사회와 공동체 일원으로 편입되는 데 필요한 도덕적, 가치발전적 덕목을 배양하는 데 본래 목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학교에선 본래의 공부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데면데면 받아들이고 있다. 그 대신 현실이 지배하는 학교 공부는 초등학교에선 선행학습, 중·고등학교는 내신과 입시, 대학교에선 스펙쌓기로 집약된다. 이 집약된 핵심가치의 위세 아래 공부의 본래 목적은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학교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치 구현에 교육의 모든 가치를 쏟아붓는다. 교사의 가치와 학생의 인성 기준까지 죄다 이 핵심 가치의 잣대로 평가하는 걸 학교의 성공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학교의 존재 이유인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극심한 소외를 경험한다. 어째서 소외인가. 학교, 교육 현실, 학부모, 교사가 더는 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피부로 느끼는 서러운 실감이기에 점점 표류한다. 학생으로서의 본분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또 하나의 소외가 덧씌워진다.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소외의 정서를 조장한 기성세대의 인식, 소위 학교문제에 대한 대증적 접근이 그것이다.

최근 불거진 대표적 학교문제인 왕따, 학교폭력, 성과위주의 교육, 그로 인한 자포자기와 자살 등등. 입에 담기도 힘겨운 문제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은 그야말로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해도 정신력이 부족하다느니,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식으로 문제의 원인을 학생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그도 아니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그런데 오늘의 세상을 만들어낸 구성원이 누군가. 학생들인가. 아니다. 오늘의 기성세대, 학생들의 후견인임을 자임하는 우리 모두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학교에 학생들이 돌아오게 하는 것, 그 해결의 열쇠를 학생들에게서만 찾으려 하면 안 된다. 경쟁과 폭력의 논리가 학교 안에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는 오늘의 학교, 이 비정상적 틀을 해체해야 하는 건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몫이다. 누군가 먼저 나서서 경쟁과 줄세우기의 가치를 학교로부터 몰아내는 해체의 집념이 필요하다. 그것이 학생들의 학교를 만드는 유일한 회복의 길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최근 제도권 교육에 벽을 느낀 학생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학교를 만든 일이 생겨났다. 그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이다. 혹자들은 그들이 제도권 교육을 전면 부정하는 급진적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학생이길 원하는 질문 하나만큼은 잃지 않았다고 본다. 진짜 학생이길 원하는 그들은 진짜 선생님과 진짜 학부모를 찾고 있다. 그들인 우리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진짜 학생, 선생, 그리고 부모인가. 이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할 때이다.

2012-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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