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는 날개를 펴며
이륙을 준비하는 거대한 새다.
지면에서 발을 떼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날갯짓들이 심장을 닮았다.
수십 번을 되뇐 속세 속의 얼룩들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날아오른 새의 앉은 자리엔 작은 이슬이 영롱하다.
세기의 과제들이 새의 깃털 사이에서 꿈틀대고 있을 때
먼동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악수를 청하는 하루의 시작이
옷깃의 가지런한 열(悅) 사이로
자그마한 숙제 하나 넣어주고 있다.
날아간 새의 영역 표시 정도일까?
깃털 하나 새벽바람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을 때
새의 깃 사이에 가슴을 묻고 살았음을
늦은 깨달음이 찾아오고
2012-10-27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