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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입력 2013-01-12 00:00
업데이트 2013-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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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칼럼을 쓰게 되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분은 법정 스님이다. 불문에 들던 1980년대 초반, 필자는 송광사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고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 계셨다. “행자는 논하는 논자도 아니고, 말하는 언자도 아닌 행하는 행자일 뿐이다”라는 말이 금언처럼 행자실에 전해지고 있었는데, 입은 없고 몸만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행자들은 후원의 공양과 각 법당의 청소 외에도 스님들의 처소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시자로서의 소임을 겸했다. 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의 것은 법정 스님이 계시는 불일암에 우편물과 신문을 올려드리는 소임이었다. 여느 행자들이 도량 안에 머물며 후원의 잡무를 치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1시간 정도의 열외가 주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무렵 스님께서는 여기저기 강연도 하고 신문에도 글을 자주 내고 계셨다. 아마 ‘50’ 이쪽저쪽의 연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스님의 글을 유심히 보았던 이유는 한 공간에서 보고 듣는 느낌과 그 표현의 감각들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다름’에 대한 호기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여름 장맛비에 오후 소임이 없어 각자 책상 앞에 앉자 있던 어느 날, 스님의 책을 붙들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 “행자님은 법정 스님처럼 되고 싶은가 보다”라는 뜻밖의 말을 듣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스님을 처음 뵈었던 시절의 스님 나이가 되었다.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듯 일깨움을 주셨던 법정 스님과 달리 도심 포교당 주지를 맡고 있는 나는 ‘도시인’으로서 세상을 읽어내야 하는 운명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금에 나의 관심은 ‘인생50’에 대한 천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고 싶고, 더욱 기품 있게 나이 들고 싶은 꿈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바스락거린다. 인도에서는 50세를 ‘바나플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때’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것을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에도 대화가 되지 않으면 오래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공자님은 이 나이를 ‘지천명’(知天命 )이라 하셨다. 적어도 인생 오십에는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보셨던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기사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글을 읽었다. 갤럽에서 세계 148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97위라 했다. 설문은,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종일 존중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많이 느꼈는지 등의 다섯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 다섯 가지를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떠나 달리 행복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어쩌면 그 행복의 정원에는 영영 이르지 못할 것만 같은 현대인들의 어렵고 불안한 삶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역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정작 일상에서는 안락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하며 웃지 않는 사회 속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러시아 출신 신비주의자 구제프는 “지팡이에는 양 끝이 있다”라고 했다. 좋은 사회, 행복한 삶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숙되어 간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다름’이 인정되고 또 그것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2013-01-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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