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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 우울한 유럽 2013/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우울한 유럽 2013/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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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는 모두 닮은 점이 있지만 불행한 부부의 경우, 그 양상은 제각각이라고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분석했다. 이를 인류의 흥망성쇠에 대입해 보면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융성했던 문명은 모두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위기는 시대와 문명에 상관없이 유사한 법칙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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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2008년에 시작된 국제금융위기의 원인은 갤브레이스의 ‘금융 번영의 짧은 역사’(A Short History of Financial Euphoria)에 이미 잘 요약되어 있다. 금융위기 전에는 언제나 번영의 시대가 선행했으며, 이 기간 동안 현실적 경제상황과는 무관하게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투기 자본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양극화는 가속화된다.

유럽의 위기도 부분적으로 미국의 위기와 맥이 닿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인 요인은 유로존의 태생에 기인한다. 미국의 중앙은행과는 달리 유럽중앙은행은 금융위기가 닥칠 때 돈을 빌려주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유럽통화연합에 유럽은행연합의 기능이 보완되면서 가까스로 파국을 모면한 상태다. 즉, 국가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의 국채를 유럽중앙은행이 필요한 만큼 구매를 했다. 이는 회원국의 국채에 대한 유럽중앙은행의 태도에 매우 획기적인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기는 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기 타개를 위한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은 국가의 조세 수입을 감소시킬 테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욱 극심한 긴축정책을 해야 하고, 그 결과 경제성장의 속도가 더뎌지는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는 단순한 금융위기의 차원을 넘어서 경제·정치·도덕의 총체적 위기라고 봐야 한다. 실업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고, 양극화도 날로 심화되고, 부자들은 세금이 낮은 나라로 이민을 떠나고, 국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극빈자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정치는 이러한 위기에 대처할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혼란한 틈을 타고 국수주의를 내세운 극우파들이 도처에서 득세하고 있다.

기억하기도 싫지만, 1929년 위기 후에 유럽엔 나치를 비롯한 전체주의 정권이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전쟁이 동원되었다. 위기보다 차라리 위기의 해결책이 더욱 악랄했다.

현재로서는 유럽의 장래를 정확히 내다볼 수 있는 선경지명을 지닌 사람이나 정부는 없어 보인다.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는지 모르지만, 유럽은 아직 캄캄한 절벽 앞에 서 있는 듯하다. 국가 부채의 탕감을 위한 과도한 재정긴축 정책이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유럽인들의 삶을 숨 막히게 할지, 아니면 작금의 위기가 스쳐 지나가는 위기로 끝나고 1년 후쯤에는 위기의 탈출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현재 직면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위기가 지속되어 늙은 대륙 유럽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인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봐야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2013-01-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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