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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창조과학과 창조경제/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시론] 창조과학과 창조경제/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입력 2013-05-10 00:00
업데이트 2013-05-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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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의 한 부처 명칭이기도 한 ‘창조과학’과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정치권이 슬로건으로 내건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적은 거의 없다.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논란이 되는 것은 의미를 보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탓이다.

필자가 전공하는 생태학은 주어진 생태적 공간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종합 학문이다.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구성원 간의 상호관계를 보면, 각 구성원이 발휘하는 기능에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내는 기능이 더해지면서 각 구성원 기능의 합 이상의 기능이 나타난다.

나무들이 흩어져 있으면 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숲을 이루면 서로 도움을 주면서 강한 바람이나 건조함과 같은 환경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남는다. 숲을 이루는 나무 각각이 발휘하는 기능의 합보다 숲의 기능이 더 크다는 얘기다. 생태학에서 일컫는 창발(創發) 기능, 즉 창조적 기능이다.

생태학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다른 학문과 활발한 융합을 시도하는 요즘이다. 생태학은 오랫동안 생태학과는 아주 다른, 어떤 면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어 온 토목공학과 융합을 시도해 생태공학을 탄생시켰다. 생태공학은 오늘날 파괴된 각종 생태계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병든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문 간 융합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창조과학이 지구의 미래 환경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또 하나 있다. 생태학은 본래 박물학과 지리학이 결합한 학문이다. 그러나 생태학은 종적 깊이를 추구하고, 지리학은 횡적 확장에 주력했다. 한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두 학문이 다시 만나 현대생태학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경관생태학을 이끌어냈다. 새로운 분야다. 경관생태학은 생태학의 시야를 넓혀 생태학자들에게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오늘날 환경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이질적이고 다양한 융합 사례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 초점은 기후변화에 기인한 생태계 변화다. 그 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해 변화에 대한 적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모든 연구에서 그렇듯이 진단을 위한 관찰은 연구의 중요한 출발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이 아주 중요하게 활용된다. 예컨대 꽃이 피고, 새 잎이 나오고, 곤충이 우화(羽化)하고, 개구리와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들이 산란하는 시기 등의 계절현상은 생태계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부지불식간에, 그것도 관찰하기 힘든 공간에 숨어 진행되는 이러한 현상의 관찰을 눈에만 의존할 때 우리는 그 시기를 놓치거나 관찰한 반복 수가 모자라 질 높은 자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적응전략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생태학자와 전자공학자, 정보통신 전문가가 힘을 합쳐 생물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환경부가 새로 추진하는 생태·혁신과제를 통해서다. 또 하나의 창조과학이 탄생,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혼란스러운 생태계 변화의 의문도 조만간 풀릴 전망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온 학문이 만나 조화로운 융합을 이루어낼 때 그 조합은 그들의 합 이상의 어떤 것, 즉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분명 새로운 것으로서 창조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는 효과다. 따라서 융합된 학문에 따른 새로운 학문은 창조과학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과학과 경제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은 요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도 충분히 가능하다.

2013-05-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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