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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숲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며/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기고] 숲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며/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입력 2013-05-20 00:00
업데이트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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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색이 푸른 것은 전 지구의 70% 이상이 물이기 때문이다. 지구 전반에서 흐르는 물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모습 이면에 상상도 못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2004년 12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을 비롯해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를 급습했던 크고 작은 태풍과 집중호우는 물의 위력 앞에 인간이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이는 우리에게 물의 이용과 더불어 그 관리 또한 중요한 부분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예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는 군왕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였다. 치수 앞에는 으레 치산(治山)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치수의 근본은 치산, 즉 숲을 만들고 가꾸는 데 있기 때문이다.

숲은 우리에게 물을 다스리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숲은 빗물을 토양 깊숙이 저장했다가 정화시켜 서서히 오랜 시간 동안 흘려보낸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은 2010년 기준으로 약 192억t의 물을 머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림은 6조 5474억원의 산림정수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산림이 주는 혜택은 선대부터 시작된 전 국토 녹화사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를 포함한 국제기구로부터 황폐지를 가장 빨리 녹화한 국가로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1970∼1980년대에 조성한 숲이 이미 40살이 넘는 등 장년기에 들어섰는데도 그에 따른 가꾸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숲을 가꾸면 빗물을 저장하는 용량이 늘어난다. 지난 30년간 경기도 광릉의 숲과 물 시험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잘 가꾼 숲은 약 200㎜의 빗물 저장 능력을 갖지만 가꾸지 않은 숲은 약 50㎜의 빗물을 저장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숲 가꾸기는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줄이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물 부족시대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1970년대 황폐지 복원사업이 수행된 경기도 양주의 숲은 1980년대에는 계곡에 물이 흐르는 날이 연간 90일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 이르러 연중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바뀌었다. 숲 가꾸기 이후에도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물이 흐르는 숲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숲 가꾸기는 우리 당대의 안전과 경제적 이익 추구가 목적이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국토 인프라 구축사업으로서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림관리 기술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림청은 산림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개발, 보전을 위해 2011년 세계 산림의 해를 전환점으로 해외 조림과 사막화 방지 부문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 간 협력과 선진 산림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림녹화사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반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3-05-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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