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재대, 종합대학 맞나/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기고] 배재대, 종합대학 맞나/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입력 2013-06-04 00:00
업데이트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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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서울신문이 얼마 전 단독 보도한 배재대 국어국문학과 폐지 기사를 읽었다. 고교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는 국어 교사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배재대 국문과가 해마다 실시해 온 ‘소월 청소년문학상’에 제자의 시를 응모해 놓은 상태라 그런지 그냥 남의 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 폐지 이유는 뻔하다. 취업률 부진 등 경제논리가 그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배재대는 내년부터 국문과와 한국어과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어과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다. 아무리 경쟁력 운운해도 이건 아닌 듯싶다.

충남 논산시 건양대와 충북 청주시 서원대도 국문과를 폐지했거나 통폐합했다. 연전엔 전북 완주군 우석대도 문예창작과 폐지를 논의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안도현 시인이 학과장을 맡고 있는 우석대 문예창작과는 전국고교생백일장 개최 등 지금 ‘잘나가고’ 있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의 신입생 모집난이 심각한 건 사실이다. 국립대를 빼곤 지방 대학들 대부분은 정원의 반절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대학 측으로선 구조조정 1순위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내세워 열악한 신입생 등록률에 대한 고민을 덜어 볼 생각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하다. 수많은 대학들의 고교생 백일장대회에 모인 수백명의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려고 수업도 빠진 채 백일장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고 보면 아직도 ‘글쟁이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일반의 인식이 해소되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백일장과 공모전에서 10회 이상 수상한 제자도 졸업과 함께 취직이 보장된다는 신설학과에 진학해 버렸다. 아쉬웠지만 만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소설가나 시인이 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글쓰기 실력은 형편없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수행 평가에서 만점 받을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고졸이나 대졸자에게 필요한 ‘교양필수’인데도 그렇다. 또한 글쓰기는 유망 직종 중 하나이다. 글쓰기는 어느 직업이나 직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특기이다. 인문학의 기초인 글쓰기마저 푸대접받는 정도가 날로 거세지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대학 측은 폐과라는 손쉽고도 극단적인 대책보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활성화 방안 및 신입생 유인책을 적극 찾기 바란다.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만 살린다면 대학 균형 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글쓰기 죽이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취업 전문학원이 아니다. 경제 논리만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되어선 안 된다. 설사 장삿속 셈법이라 해도 국문과 폐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원래 장사란 손해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기어이 경쟁력 운운하며 국문과를 폐지하려거든 이참에 배재대는 종합대학임을 포기하기 바란다. 취업 잘되는 학과로만 ‘중무장’한 특성화대학(전문대)으로 거듭날 것을 권고한다. 교육부도 “사립대 학과 개편은 정부가 제시할 권한이 없다”며 법 타령만 하지 말고 대학 평가 지표 조정 등 합리적 제도 마련 같은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할 것이다.

2013-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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