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충남 논산시 건양대와 충북 청주시 서원대도 국문과를 폐지했거나 통폐합했다. 연전엔 전북 완주군 우석대도 문예창작과 폐지를 논의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안도현 시인이 학과장을 맡고 있는 우석대 문예창작과는 전국고교생백일장 개최 등 지금 ‘잘나가고’ 있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의 신입생 모집난이 심각한 건 사실이다. 국립대를 빼곤 지방 대학들 대부분은 정원의 반절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대학 측으로선 구조조정 1순위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내세워 열악한 신입생 등록률에 대한 고민을 덜어 볼 생각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하다. 수많은 대학들의 고교생 백일장대회에 모인 수백명의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국문과나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려고 수업도 빠진 채 백일장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고 보면 아직도 ‘글쟁이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일반의 인식이 해소되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백일장과 공모전에서 10회 이상 수상한 제자도 졸업과 함께 취직이 보장된다는 신설학과에 진학해 버렸다. 아쉬웠지만 만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소설가나 시인이 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글쓰기 실력은 형편없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수행 평가에서 만점 받을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글쓰기는 고졸이나 대졸자에게 필요한 ‘교양필수’인데도 그렇다. 또한 글쓰기는 유망 직종 중 하나이다. 글쓰기는 어느 직업이나 직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특기이다. 인문학의 기초인 글쓰기마저 푸대접받는 정도가 날로 거세지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대학 측은 폐과라는 손쉽고도 극단적인 대책보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활성화 방안 및 신입생 유인책을 적극 찾기 바란다.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공만 살린다면 대학 균형 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글쓰기 죽이기’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은 취업 전문학원이 아니다. 경제 논리만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되어선 안 된다. 설사 장삿속 셈법이라 해도 국문과 폐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원래 장사란 손해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기어이 경쟁력 운운하며 국문과를 폐지하려거든 이참에 배재대는 종합대학임을 포기하기 바란다. 취업 잘되는 학과로만 ‘중무장’한 특성화대학(전문대)으로 거듭날 것을 권고한다. 교육부도 “사립대 학과 개편은 정부가 제시할 권한이 없다”며 법 타령만 하지 말고 대학 평가 지표 조정 등 합리적 제도 마련 같은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할 것이다.
2013-06-04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