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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박 대통령, 메르켈과 닮은꼴 되려면/김민석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박 대통령, 메르켈과 닮은꼴 되려면/김민석 국제부 기자

입력 2014-03-29 00:00
업데이트 2014-03-29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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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제부 기자
김민석 국제부 기자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이 독일에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언론은 두 정상의 공통점과 연관성을 찾아내 ‘닮은꼴’, ‘인연’이라면서 갖은 분석을 쏟아냈다.

그런 분석들은 박 대통령의 당선 즈음부터 나왔다. 두 나라 첫 여성 정상들이 각각 ‘독재자의 딸’, ‘동독 정부 출신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그늘을 갖고 있다거나, 둘 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등의 얘기다. 분단을 경험한 나라의 성공적인 여성 정상이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의 알맞은 벤치마킹 대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독에서 메르켈의 정치활동은 순전히 민주화를 위한 것이었다. 정치계에 입문한 것도 1989년 민주화 운동 단체에 가입하면서였고 정부 활동도 동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민주정부에서였다. 동독 출신 정치인들이 과거 국가보안부(슈타지) 경력 때문에 정치인생을 끝내는 상황에서, 당시 슈타지 채용을 거절하고 오히려 감시를 받았던 그는 정치적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으로 정치적 혜택을 입고 ‘과’ 때문에 공격을 받아 온 박 대통령과는 다르다.

두 정상이 이공대 출신이라는 것도 공통점으로 지적됐지만, 둘의 정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등 파격적인 어휘로 당국자들을 움직이는 반면 물리학 박사인 메르켈은 화려한 수사를 자제하고 구체적인 수치로 성과를 냈다. 메르켈은 집권 2기 8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22.9%나 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한다면 그의 포용력과 소통의 리더십을 닮았으면 좋겠다. 중도 보수 성향의 메르켈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사회민주당의 복지 정책을 대폭 수용하고, 집권 중엔 녹색당의 핵발전소 폐기 방안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대통합을 위해 국민과 야권의 소리에 귀를 열었으면 한다.

‘통일 대박’도 마찬가지다.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표현을 독일어로 바꿔 맞장구쳐 준 메르켈도 “통일 전에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귀띔했다.

두 정상이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북한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화해할 때는 기본적으로 싸운 상대와 먼저 대화를 한다. 등 돌린 상대는 그냥 둔 채 주변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만 하지 않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4-03-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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