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고] 국가적 통합위기관리체계 구축해야/박재현 유엔 아프가니스탄 현장보안조정관

[기고] 국가적 통합위기관리체계 구축해야/박재현 유엔 아프가니스탄 현장보안조정관

입력 2014-04-25 00:00
업데이트 2014-04-25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세월호 참사소식을 멀리 아프카니스탄에서 접하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상재난사고 구조대책이 이렇게 미흡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정부 책임론과 함께 재난조직 개편론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장대응 및 중앙지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안전 전담부처 신설과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복구 또는 통합상황실 신설 등을 통한 현장 위기관리 역량 강화가 그것이다.

박재현 유엔 아프가니스탄 현장보안조정관
박재현 유엔 아프가니스탄 현장보안조정관
결론부터 말하면 조직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든 부처 간 영역 다툼이나 재난관리의 정치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이번에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던 이유가 안전행정부 내 재난·위기관리 전문인력 부족, 부처 간 원활한 협력체계 부재, 그리고 전통적인 군 위주의 위기관리 관행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인명 구조’라는 대의가 실종된 채 부처 간 영역 다툼이나 책임 회피다.

미국은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 산불을 효과적으로 진화하기 위해 고안된 ‘사건지휘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평시에는 다른 대응 절차와 별도의 통신체제로 활동하는 소방기관들을 위급상황 시 하나의 현장지휘체제로 통합해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체제에서 비롯돼 오늘날 미 전역에 표준화된 사건관리체제로 보편화됐다. 유엔도 여러 유엔 기구들이 하나로 통합된 ‘위기관리체제’를 도입했다. 사무총장 중심의 전략적 차원에서 현장의 위기관리 보안조정관 중심의 전술적 차원까지 표준화된 일체형 위기관리체제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유엔의 예를 든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부처 간 또는 기구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즉각 인명 구조와 사태 수습에 돌입하는 조직문화가 조성돼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통합위기관리체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위기관리체제의 핵심은 각 부처 담당자들의 ‘급’이 아니라 ‘기능’ 위주로 편성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거론되고 있는 재난구조 개편 논의를 보면 ‘컨트롤 타워’, ‘사령탑’과 같은 수직적인 표현들이 거론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재난조직이 어떻게 개편되든 분명한 것은 재난·위기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총괄조직이 돼야 한다. 또 ‘지휘’라는 수직적 개념에서 ‘총괄’과 ‘책임’이라는 위기관리적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직적 개념은 위기상황 시 조직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에서는 ‘연합지휘’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다양한 부처들이 협력하여 결정을 내리고 재난에 투입된 모든 인력은 연합지휘단에서 내려진 지시만 따라야 한다. 유엔 역시 위기상황 발생 시 임무단 내 모든 유엔기구 대표들로 구성된 보안관리팀이 소집돼 범기구적인 위기관리체제가 발동된다.

부서진 외양간은 빨리 고쳐야 한다. 효과적인 위기관리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와 정책적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역시 절실하다. 무엇보다 어떤 경우에도 위기관리체제가 정치화 또는 부처 간 영역 다툼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2014-04-25 30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