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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제목의 정보성과 주목성/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제목의 정보성과 주목성/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입력 2012-04-04 00:00
업데이트 2012-04-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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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성민정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최근 인터넷상에서 선정적 제목을 단 기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들은 기사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높이고자 소위 ‘낚시성’ 기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치열한 조회 수 경쟁 속에서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일부 매체의 자구책이려니 해도, 막상 그런 기사를 읽고 난 후 느끼는 배신감은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 신문에서도 기사 제목 또는 헤드라인은 해당 기사뿐만 아니라 신문 전체의 구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문 기사의 제목은 독자들에게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 제시하기도 하고 해당 기사를 읽어 보도록 유인하는 등 여러 기능을 한다.

바쁜 현대인들의 신문 읽기에서 기사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특별히 관심 있는 기사를 제외하곤 제목을 먼저 읽고 그 다음 제목에 따라 기사를 골라 읽는 형태로 신문을 읽는데, 학자들은 이들을 ‘신문 제목 소비자’(headline shopp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제목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신문 기사가 제목만으로도 여론을 형성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독자들의 하루 평균 신문 열독 시간이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는 한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독자마다 신문을 읽는 방법에 차이가 일부 존재하겠지만 많은 독자가 신문 지면 전체를 다 읽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읽거나 기사 제목만 훑어 본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신문의 기사 제목은 어떨까? 은행 업무 시간 변경에 대한 3월 31일자 1면 기사 제목 “4시30분→4시→또 4시30분?”이나 “野性의 중년男 ‘SNS총선’ 이끈다” (3월 29일자 1면)와 같이 독자의 처지에서 시선을 끄는 동시에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기사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잘 요약한 정보성 제목도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특징은 줄임말과 유행어 그리고 인터넷 신조어의 빈번한 사용이다. 물론 이는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구사하는 다양한 표현의 일부이며, 시대적 특성이나 문화적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의미가 전달되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능적 특성을 고려할 때,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페’ 강북구에 장학금 1억”(3월 21일자 14면), “레알 신한은 강했다”(3월 29일자 28면) 등은 조금은 과도한 축약어나 신조어의 사용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여가부 ‘슈퍼바이저’ 14명 위촉”(3월 28일자 12면)이나 “적전서 엄살펴라”(3월 30일자 4면)와 같은 제목은 제목 소비를 하기엔 조금은 불친절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공공기관 구내식당 ‘대기업 안돼~’”(3월 22일자 1면)나 “여수, 어디까지 가봤니?”(3월 22일자 20면) 등의 제목은 최근 유행어나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재치 있는 제목이었지만, 특정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거나 광고에 별 관심이 없다면 편집자의 의도를 읽어내지 못하는 독자도 일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문자 그대로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편집자로서도 모든 기사에 대해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하게 하면서 눈길을 끌고 재미를 유발하는 ‘작명’은 분명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오늘날 신문 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목 소비자를 위한 정보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기사 제목에서 최첨단 언어유희의 사용이 흥미와 주목성 측면에서 나름의 장점도 있겠으나 그것이 유행의 첨단을 걷지 못하는 일부 독자에 대한 차별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2012-04-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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