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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태삼영정(태백·삼척·영월·정선)’을 에너지 성지로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태삼영정(태백·삼척·영월·정선)’을 에너지 성지로

입력 2012-12-06 00:00
업데이트 2012-12-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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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
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
‘태삼영정’. 강원도 남부의 태백, 삼척, 영월, 정선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토종 에너지 무연탄을 반세기 넘게 5억t 이상 공급해 왔고, 아직도 10억t가량이 묻혀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에너지 자원지대이자 에너지 종가를 일컫는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기초체력이 태삼영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연탄은 구공탄, 조개탄이 되어 개발연대의 생활에너지를 책임져 왔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림녹화의 신화를 창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규모 있는 토종 생존자원이며, 에너지 안보의 마지막 보루로서 소임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연탄 산업은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소득이 늘고 에너지 소비가 고급화되면서 구공탄 수요는 급격히 감소됐다. 점점 깊은 곳에서 채탄하게 되면서 코스트가 높아지고 사고는 늘었다. 낮아지는 임금과 경직된 노사관계 때문에 1980년 미증유의 사북사태가 일어났고 에너지 종가의 아픔은 깊어만 갔다. 1980년대 후반 들어 값싼 석유와 유연탄 등 수입에너지가 쓰나미처럼 밀려들면서 경쟁력을 잃은 탄광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정부는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세워 석탄대체산업 육성과 지역개발 및 주민후생복지사업을 추진했고, 토종 무연탄은 퇴출되었다.

퇴출의 상흔은 깊다. 광업 종사자 수는 1987년 18만 6000명에서 1997년 2만 6000명으로 10년 만에 16만명이 줄었다. 탄광지대 태삼영정의 주민도 1988년 44만명에서 2010년 20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채탄사고와 진규폐증으로 1만 3000명이 사망했으며 아직도 강원도에는 4000명이 넘는 진폐 재해자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폐광지역 대책 차원에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태삼영정에 민관이 4조 8765억원을 투자, 326개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태백의 O2리조트, 삼척의 블랙베리 골프장, 영월의 동강 시스타 등이 두드러져 보이나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 외에는 돈 먹는 하마가 되었거나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1.5개, 경제자유구역 2개를 조성할 수 있는 규모의 투자가 태삼영정에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기반시설과 정주 여건은 개선되었으나 중복투자·지역안배·현안 해결에 밀려 산업적 성과와 주민소득 증대는 미미했고, 미래 비전에 소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각의 틀과 접근방법을 바꿔 태삼영정의 역사적 기여를 재평가하고, 서둘러 새로운 국가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일에 나서야 한다. 브랜드가 자산인 시대에 더 이상 태삼영정을 포기와 방치의 이미지를 지닌 폐광지대라고 부르지 말자. 에너지 종가가 자리한 에너지 자원지대로 불러 거부감 없이 미래 에너지기술과 산업이 모이는 기반을 만들자. 첨단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도록 에너지대학원대학을 세우고, 국가융합연구소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 장비와 기술로 경제성이 커진 탄좌를 재개발하고, 소형 플라스마 폐탄가스화 발전(PE-IGCC)에 나서며, 석탄에서 석유를 만드는 등 청정기술을 활용해 단기적으로는 주민소득 창출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채탄 100년이 되는 2030년 이전까지 태삼영정에서 에너지의 종결자라고 불리는 수소융합발전을 해내야 한다. 에너지 종가를 에너지 성지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궁극적인 보상이자 해법이다.

그동안 농업인구 90만명 구조조정에 275조원이 지원되었으나, 광업인구 16만명 구조조정에는 6조 3000억원이 투입됐다. 50조원 이상이 지원됐어야 형평에 맞는다. 국가생존의 버팀목인 토종에너지산업을 홀대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며, 에너지 자원지대에 에너지의 미래를 맡긴다는 상식적인 발상 아래 태삼영정을 에너지 성지로 만드는 것이 사회경제적 순리다.

2012-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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