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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쓸개가 있어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칼럼] 쓸개가 있어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입력 2013-05-20 00:00
업데이트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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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내장을 통틀어 오장육부라고 한다. 오장은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말한다. 육부는 대장과 소장, 쓸개, 위, 삼초, 방광을 뭉뚱그려 이르는 말이다. 이 가운데 쓸개는 담낭이라고도 부르며 간에서 만든 쓸개즙을 저장했다가 십이지장으로 보내어 지방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런 쓸개가 일상에서는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말로 사용되고 있다. 먼저 쓸개에는 ‘줏대’란 뜻이 들어 있다. 줏대는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는 기질이다. 따라서 ‘쓸개 빠진 사람’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사람, 즉 줏대 없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쓸개 빠진 사람의 주눅이 든 행동과는 달리, 줏대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당당하고 용기 있게 행동한다. 이를 대담(大膽)하다고도 한다. 대담은 담(쓸개)이 큰 사람이다. 이렇게 쓸개는 용기와도 통한다.

최근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링컨’이라는 영화를 발표했다. 링컨은 노예제도를 철폐하여 미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영화는 그가 노예제도를 없애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뇌와 어려움을 그렸다.

링컨은 노예제도의 비인간적인 면을 알고 폐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예제의 존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믿기에 좌절하지 않고, 집요하게 협상을 벌이며 타협점을 찾은 끝에 결국 노예제도를 폐지시키는 데 성공한다.

링컨이 타계한 지 150년이 지났다. 지금 미국은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링컨의 줏대와 용기가 가져온 결과다.

또 쓸개에는 인내의 의미도 들어 있다.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대대로 앙숙이었다. 요를 죽이고 새로 오나라의 왕이 된 합려는 국력을 기른 후 월나라 정벌을 위해 원정에 나섰다. 이 전쟁에서 합려는 구천의 계략에 빠져 패하고 자신은 화살을 맞고서는 퇴각하게 되었다. 결국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죽게 되자, 합려는 아들 부차를 불러 복수를 유언으로 남겼다.

합려가 죽은 후, 왕이 된 부차는 가시나무로 자리를 만들고 일어날 때마다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구천은 부차를 없애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는 오나라가 승리하고, 부차의 군대에 의해 포위당한 구천은 스스로 몸을 묶어 항복하여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몇 년 후 겨우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머리맡에 곰쓸개를 매달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앉을 때, 항상 쓸개를 씹으면서 전날의 치욕을 갚을 것을 맹세하였다. 가시나무로 자리를 삼고 생활한 부차의 와신(臥薪)과 쓸개를 씹던 구천의 상담(嘗膽), 와신상담에 담긴 이야기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다툼은 오나라의 빈틈을 노린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킴으로 끝났다. 쓸개의 쓴 맛을 참고 이겨낸 구천이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춘추오패의 하나가 되었다.

노루, 낙타는 쓸개가 없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쓸개가 있는 동물과 없는 동물은 먹이 섭취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고양잇과 동물처럼 단시간 내에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 동물에게는 쓸개가 중요하지만 수시로 풀을 뜯어먹는 동물에게 쓸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쓸개가 없는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살고, 남의 행동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동물들이 많다.

남의 염병이 제 고뿔만 못하다고 했다. 언제라도 쉬운 적이 없었지만 지금이 가장 어렵다. 기업이 어렵고 경제가 힘들다. 모든 것들이 불확실하고 앞일을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 이런 변화무쌍한 때일수록 줏대와 용기, 인내가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쓸개’를 생각하는 이유이다.

2013-05-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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